[금주의 핫피플] 중국 막장드라마에 일침날린 연기파배우 천다오밍

2017-03-16 12:00

천다오밍 인터뷰 화면 캡처[사진=웨이보]

 

최근 중국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신극의 한 장면. 먹는 음식은 다 폭발물로 만들어 자칭 '폭발왕'이라는 남성이 먹던 찐빵을 던지자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사진=웨이보]


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중국의 드라마 장르 중 하나인 항일신극(抗日神劇)은 '전쟁 막장드라마'라고 불린다.

한국으로 치면 일제강점기 배경의 시대극인 셈인데, 항일 소재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지나치게 과장한 드라마를 말한다. 항일신극은 등장인물들이 마치 '신'처럼 전지전능하게 표현되는 것을 희화해 비꼬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날아가는 비행기를 소총으로 저격해 격추시키거나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손에 삼지창을 달고 적을 공격하는 등 지나치게 과장스러운 장면이 많아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중국에서 실력파 배우이자 엘리트로 유명한 천다오밍(陳道明)이 최근 막장으로 흘러가는 전쟁 드라마와 젊은 연기자들에 '사이다 발언'을 날려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천다오밍은 올해 양회 기간 중 받은 인터뷰에서 "항일신극이나 역사왜곡 드라마 등의 대본은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단순히 드라마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역사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며 "10허우(後·2010년대 출생자)부터 90허우(1990년대 출생자)까지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드라마를 보고 전쟁에는 가죽자켓 걸치고 모젤권총을 든 미남과 미모의 기생들만 등장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다오밍은 "쉽지는 않겠지만 드라마 업계가 자발적으로 문화나 역사 의식을 쌓아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전쟁시대극이 이렇게 우스꽝스럽고 과장되게 막장으로 흘러가면, 드라마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영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극이 처음부터 이렇게 허무맹랑한 막장드라마였던 건 아니다. 과거 중국이 사상통제를 하고 애국심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항일 전쟁 장르의 드라마를 많이 내보냈던 게 시초가 돼 지금의 중국 드라마 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너무 많은 전쟁드라마를 찍어내다 보니 소재 고갈로 인해 점점 막장으로 치닫게 되면서 중국 시청자들의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직할시의 지상파 방송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드라마는 총 90편이다. 그 중 전쟁·스파이·군사전쟁 등 소재의 드라마는 55편으로, 61%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극으로 인해 드라마의 선택의 폭이 좁아진 중국 시청자 층이 한국 등 외국드라마로 이탈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다오밍은 신극 외에도 화제가 되고 있는 '베이글남(小鮮肉·12~25세 사이의 잘 생기고 젊은 남자 스타) 도덕성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베이글남 논란'은 중국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송팡진(宋方金)이 "잘생긴 얼굴로 인기를 얻은 젊은 남자 연예인들이 돈을 쉽게 생각하고, 허세에만 가득차 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촉발됐다. 그는 "베이글남들은 촬영장에 늦게 등장해 촬영에 지장을 주고 심지어 연기에는 관심이 없다. 인기 관리에만 혈안인 그들은 연기할 때 대역을 부릴 생각만 한다"고 지적했다. 송팡진 외에도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베이글남들의 도덕성을 저격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천다오밍은 이 논란에 대해 "그들이 정확한 직업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연기자는 힘든 직업이지만 힘들어도 자부심으로 가는 게 연기자의 사명"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환경미화원이 새벽 4시에 일을 하는데 그 시간에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무슨 배우를 하겠다는 것이냐. 배우란 이런 직업이고, 일을 하기로 결정했으면 고생을 하는 게 당연하다. 세상에 고생하지 않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