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잠자는 돈을 찾아가지 않을까?

2017-03-15 08:09
"장기 계약 상품 만기 잊는 경우 많아"
"이사·이민 등으로 최근 주소 불분명"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금융당국이 국민들의 휴면금융재산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잔액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들은 잠자는 돈을 총 1조2450억원 찾아갔다. 그럼에도 아직 1조3911억원의 휴면금융재산이 남아있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6월 국민들이 모르고 찾아가지 않는 휴면금융재산을 찾아주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후 20개월 동안 642만명이 총 1조2450억원의 휴면금융재산을 찾아갔다.

하지만 휴면금융재산 규모는 더 커졌다. 지난해 9월 1조3729억원에서 1월 말 1조3911억원으로 늘었다. 
 

휴면금융재산 잔액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이처럼 휴면금융재산이 증가한 것은 만기된 자산으로 인한 신규 유입분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간이 만료되는 상품이 꾸준히 나오는데 이를 그때 그때 찾아가지 못하다 보니 잔액이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휴면금융재산의 존재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1월 말까지 47일간 금감원과 금융회사가 공동으로 '휴면금융재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76만명이 총 1591억원을 찾아갔다. 월평균 환급액이 캠페인 이전에 비해 81% 급증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만기가 된 상품에 대해 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면서 "이 중 이사를 가서 주소가 맞지 않거나 해외로 이민을 간 경우에는 자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잊고 지내는 돈의 대부분은 보험금이다. 환급된 휴면금융재산 중 휴면보험금은 1조154억원으로 전체의 81.5%에 달했다. 또 아직 찾아가지 않는 돈에서도 휴면보험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총 7957억원으로 57.2%를 차지했다. 

금감원 금융혁신국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의 경우 1~3년 후 만기가 되면 돈을 빼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계약이 많다 보니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며 "또 옛날 상품 중 일부는 만기가 돼도 이자를 조금씩 주는 게 있어 안 찾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휴면보험금의 대부분은 생명보험에서 발생했다. 1월말 기준 휴면보험금 7957억원 중 생명보험이 72.2%이며, 손해보험은 7.8%로 집계됐다. 생명보험 특성상 10년 이상 장기계약이 많은 반면 손보는 사고에 대한 보장 성격이 짙어 보험금을 바로 청구하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국민들의 잠자는 돈 찾기를 위해 행정자치부로부터 주소 정보를 제공받아 올 하반기 금융권에 공유할 방침이다. 올 2분기부터는 은행 영업점에서 모든 은행의 휴면예금·휴면성신탁이 조회되도록 개선된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서다.

또 현재 개인명의만 조회가 가능하지만 오랳 중 법인명의의 휴면보험금 조회도 가능해진다. 휴면금융재산 감소를 위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소비자보호실태평가 항목에 관련 업무프로세스 구축 및 시행 여부를 반영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당국은 새로 발생하는 휴면금융재산의 발생을 막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우편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안내수단을 확대하고 만기 1개월 전, 만기 직전, 만기 후 보험금 수령 시까지 3단계에 걸쳐 안내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