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훈의 게임오버] 니드 포 스피드의 온라인 변신은 '유죄'? [동영상]

2017-03-15 11:40
최신 차량 등장 몰입감 높여
30프레임 고정 치명적 단점
콘텐츠 더 있어야 '롱런' 가능


아주경제 연주훈 기자 = 외국인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이 어느 샌가 게임으로 바뀌고 있다. 젊은 프로게이머들이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뽐내고 뉴스에 등장하는 것이 이젠 예삿일이다. 명절에도 윷놀이 대신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는 요즘 시대. 남녀노소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딱딱하지 않고 맛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게임을 좋아한다는 마니아 치고 레이싱 게임의 대명사인 ‘니드 포 스피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넥슨과 손잡고 온라인 버전으로 새롭게 태어난 ‘니드 포 스피드 엣지(이하 엣지)’에 대해 살펴보려합니다.
엣지는 얼마 전 파이널 테스트를 마쳤는데요. 유저들은 대부분 ‘노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니드 포 스피드를 꾸준히 사랑해왔던 팬들마저 돌아서게 만든 문제가 뭘까요. 파이널 테스트의 뚜껑을 열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장점이 참 괜찮은데 단점이 그 장점을 다 갉아먹어요’.

필자는 자동차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제 차에도 데칼(스티커) 같은 튜닝을 즐겨하고 있어요. 차를 꾸미고 싶다면 외형을 바꾸고 싶잖아요? 그런데 엣지는 그런 수단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윙을 단다거나 휠을 바꾸는 것도 할 수 없었어요. 딱 하나 할 수 있는 것은 색상 바꾸기. 튜닝이 너무 심심하죠. 그래도 오픈 이후에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하니 이 부분은 조금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싱글 플레이에는 '외모가'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누구이며 왜 나와 레이싱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단지 로딩화면의 대사를 보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 유추할 뿐이죠.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짧은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막상 게임을 진행하면 시나리오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토리가 없는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나아요.

브레이크 디스크가 열을 받는 것 까지 표현하는 그래픽은 볼만한데 '프레임'이라는 문제가 '뛰어남'이라는 밥상을 엎어버립니다. 유튜브도 지원하는 60프레임이 아닌 30프레임 고정입니다. 가뜩이나 속도감이 중요한 레이싱 게임에서 부드러운 화면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개발을 총괄하는 PD의 인터뷰에 따르면 "저사양 컴퓨터를 이용하는 해외유저들을 위한 조치"라는데요.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현지화 전략을 잘 짜서 두터운 팬층을 만들었던 오버워치를 보고 배우길 바랍니다.

특정 트랙을 혼자 연습하는 메뉴가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일부 트랙은 지름길이 존재해서 전략적으로 이용하면 기록을 단축하거나 다른 차량을 추월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데요. 그 길을 혼자서 연구해볼 수 있는 기능이 없어요. 타임어택 같은 것도 없죠. 물론 싱글 플레이나 멀티 플레이에서 세운 최고 기록(코스 레코드)이 저장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방해 없이 달려서 순수하게 얻은 내 기록을 측정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최신 차량이 등장하는 점은 인상 깊었습니다. 1969년 첫 선을 보인 머스탱 보스 302부터 한국GM의 내수시장 부흥을 이끈 말리부 2016년형까지. 명차부터 신차까지 다양한 자동차를 만날 수 있는 건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거리에서 종종 마주치던 차량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성능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엣지를 플레이하면서 오리지널 게임에 푹 빠졌던 고등학생 때가 떠올랐습니다. 용돈을 조금씩 모아 샀던 레이싱 게임 전용 핸들로 한참을 재미나게 즐겼는데 지금은 창고 어딘가에 처박혀 있죠. 만약 엣지가 단점을 고치고 제대로 서비스한다면 그 핸들을 다시 꺼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