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리스크' 중국 피해 베트남으로 눈길 돌리는 국내 기업들

2017-03-13 00:01


아주경제 문지훈·이소현 기자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로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비교적 높은 경제 성장률과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에 앞서 진출한 상황이지만 중국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의 문들 두드리는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빅2' 전자업체인 삼성과 LG는 베트남 시장에 투자를 늘리며 중국의 뒤를 잇는 글로벌 생산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베트남 투자규모는 2008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173억 달러(19조5663억원)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베트남 박닌성에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 증설을 위해 25억 달러(약 2조8275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65억 달러(약 7조3515억원)로 늘어났다.

베트남에서 전체 스마트폰 물량의 40~45%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베트남에 휴대폰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며 10만명 이상의 종업원 고용을 하고 있다. 향후에는 베트남 호찌민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소비자가전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데 총 20억 달러(2조262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은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80만㎡의 전용단지를 조성하고 베트남 시장에 산업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4월 베트남 하이퐁시에 OLED 모듈 조립 공장을 설립,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현대자동차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 수출을 위해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승용 및 상용차 조립공장 라인 신·증설에 나섰다. 현대차는 베트남 북부 닌빈성에 자리잡은 제2 조립 공장을 지난해 말 착공해 2018년 1분기에 그랜드 i10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는 약 9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만 대의 상용차 조립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오는 7월 완공,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꽝남성에 있는 기존 공장까지 포함하면 버스와 트럭의 연간 생산능력이 총 3만 대로 늘어난다.

아세안경제공동체(AEC)의 출범으로 2018년부터 베트남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에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얻게 된다.

코트라 베트남 하노이 무역관 관계자는 "베트남 자동차 내수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며 현지 공장 운영에 있어 양질의 값싼 노동력을 통한 낮은 생산원가가 강점"이라며 "최근 급속한 도시화와 소득 증가로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지역에서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은 베트남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률은 전자 및 섬유산업 등 제조업 수출 호조 등으로 2014부터 2015년까지 6%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6%대를 지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베트남의 FDI 유입액은 2013년 89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2014년 92억 달러, 2015년 118억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20억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혁신지수(GII)에 따르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순유입은 128개국 중 29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이같은 전망에 베트남 진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다 저임금 노동력의 질이 양호한 편"이라며 "베트남을 아시아 지역 수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삼기 위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