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내치는 거국적·외치는 ‘聯美和中’ 초당적 대처 위기 극복해야”

2017-03-13 02:45
사드 배치·무역충돌 등 G2 갈등 격화…피해는 가운데 낀 한국 고스란히 안아
中은 北核 책임있는 대국자세 보여야…중국, 막무가내 경제 보이콧 FTA 위배
WTO 제소 등 검토… 건전한 방향으로…차기 정부는 ‘외교통상’ 기능 회복해야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내치(內治)는 거국적으로, 외치는 초당적으로 해야 한다."

지난달 사단법인 한미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박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지난 11일 박 회장을 서울 종로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선(選)의원이던 지난 2009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가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박진 한미협회장 인터뷰.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부터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는 것을 지켜본 그는 현 정국에서 우리의 외교와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중국과의 관계에서 좀 더 초당적 노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한국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새로운 출발점에 있는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이 지났다”며 “미국은 정책을 지금 만들어 가는 단계인 성안(成案) 단계에 와 있는 만큼 초당적 외교력을 발휘해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중국과의 건설적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박 회장.
특히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중 관계와 미·중 관계가 긍정적인 협력의 길로 나가야 한다”며 공공외교를 강화해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최근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사실상 그 피해는 한국이 입을 것이란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시대의 한·미 관계,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이나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펼쳐질 상황들을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란 건 주지의 사실이고 중국이 굴기(崛起·우뚝 섬)해서 미국을 견제하는 제2의 초강대국으로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소위 G2 시대를 열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국방력, 외교력, 첨단기술력, 민주주의와 인권 등 면에서 두 나라는 아직 현격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발전과 국익 추구를 위해 미국과의 충돌보다는 경쟁적 협력을 원한다. 이것은 중국의 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등 미국과 가까운 아시아의 주변국들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압박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방대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아시아의 강대국이다. 군사력도 계속 증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선택은 아시아의 미래에 지정학적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중국은 북한의 안보위협에 처한 한국의 방어적 자위 조치에 대해 이를 소모적인 경제보복으로 압박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정책 공조에 적극 나섬으로써 대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한국은 항상 G2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한 모습이다. 미국은 새 외교라인이 들어섰고, 한·중 간 외교라인은 무너진 상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데다가 아시아 지역 발전에 한국이 기여해야 할 바가 크기 때문에 중국과는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또 미국과는 동맹관계에 있다 보니 사실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대하고 중국과는 친화한다)해야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참 어렵다는 데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좋을 때는 좋은데, 우리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오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 선택을 왜 해야 하는지 중국에 사전에 잘 설명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우리 외교가 할 일이다.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은 갑자기 한국이 느닷없이 배치한다고 생각해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인데, 우리가 중국의 오해와 불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잘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미·중과 함께 가야하는 한국 외교로서는 최근 미·중의 충돌이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호무역조치의 강화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중 격돌의 첫번째 장이 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지금 미·중 간 가장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가 무역충돌이다. 무역마찰과 환율 문제 등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생각하는 첫 번째 압박 수단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기준 7340억 달러(서비스 제외)이다. 그중 47%가 중국이 만든 무역적자다. 우리나라는 3.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가 넘기 때문에 미국의 환율조작국 관찰대상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중 간 무역충돌이 한국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미국이 환율 조작국이라고 규정할 때에는 최소한 3가지 요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미국에 대해 무역흑자가 200억 이상인 국가, 둘쨰는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 이상인 경우, 세번째가 GDP대비 2%이상 외환 순매수가 있는지 여부이다. 우리나라는 첫번째와 두번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재 관찬찰대상국이다.
주 타깃은 중국인데 그 불똥이 튈수 있는 나라는 한국인 셈이다. 미·중 관계가 서로 무역 전쟁으로 갈 경우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다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선, 미국에서 직접으로 오는 통상 압력이 있을수 있고 미국을 통해 중국으로 가는 물건이 수출이 금지된다. 우리가 중간재, 자본재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수출 통로가 막혀 우리는 이중의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게된다."

-미·중 간 격돌로 우리의 안위는 중국과의 사드 배치 갈등 이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인 것인가.
"그렇다.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를 한국경제의 가장 당면한 현안으로 지혜화 전략을 총 동원해야 한다. 기업은 물론이고 관련 기관에서 가장 최우선 정책 순위로 해야한다. 범 정부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한다. 절체절명의 현안문제에 부딪히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가 빨리 탈출구를 빨리 찾고 미·중관계가 제로섬 관계로 충돌하지 않도록 중견 국가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한국은 앞으로 중국과 오래 상대해 나가겠지만 중국외 대책국도 찾아야 한다. 인도나 일본, 지근거리에 있는 러시아 등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 나와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외교정책에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이 있다면.

“나는 국회 있을 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었다. 지금은 외교·통일위 아닌가. 통상은 산업통상자원부로 가 있다. 현대 외교는 정무나 의전도 중요하지만 세일즈 외교다.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땀을 흘리는데 그중 절반은 경제외교다. 통상은 물건을 사고 팔고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전략 차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어느 나라와 FTA를 맺고 어떤 조건으로 네트워킹을 할지는 대단히 전략적인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외교통상 기능이 다시 회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트럼프 시대에 통상압력이 우리에게 가중될 상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차기 정부에선 외교통상 기능 회복을 대선주자들이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 직제 개편이 필요하고 여러 고려사항이 있긴 하지만 만약 여의치 않으면 미국처럼 USTR(미 무역대표부) 모델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는 대통령 직속,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대외통상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어서 거기에 각 부처에 전문인력을 배치해 정예화된 대외통상전략을 만들고 추진하는 기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나라에 따라선 외교통상 기능이 분리되기도, 통합되기도 한다. 물론 각 나라 다 이유가 있을 거다. 대표적 통상국가인 호주의 경우 통합돼 있다.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한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다.”

-경제외교를 언급하자면, 최근 중국과의 사드 마찰로 경제보복이 심각해지고 있지 않은가.

“최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등 트럼프 행정부는 사드가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위협과 중국의 노골적인 사드 반대가 결과적으로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을 강화시키는 역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달 중순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을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대북 압박과 사드 배치 등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화하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 엔 미국대사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있다. 현재 사드 문제는 한·중 간 마찰을 넘어서 미·중 간 주요현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틸러슨 장관은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중국의 자제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막무가내 식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이콧을 하겠다면 한·중 FTA 정신에도 위배되고, 규정에도 위배될 소지가 있어 진지하게 검토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도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한다. 국제무역질서에 따라 한·중 관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한쪽이 보복을 할 경우 나머지 한쪽은 구제받아야 한다.”

-트럼프의 등장과 함께 트럼프식 대북제재와 김정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나왔다. 북·미 관계를 전망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미 국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이상하게도 북한 얘기는 한 마디도 안 꺼냈다. 그러면 둘 중에 하나 아니냐. 북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거나, 엄청나게 깊게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나는 후자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선제타격론도 돌고 있는데 이론상 선제타격은 하나의 옵션으로 늘 테이블 위에 있었다. 오바마, 또 그 전에 클린턴 때도 선제타격은 쭉 옵션으로 있었다. 이것이 북한에 대한 하나의 압박수단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선제타격으로 압박했을 경우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효과가 있지 않나. 아마 선제타격이라는 것이 실제로 군사적 옵션으로 채택되려면 여러 전제조건들이 있다. 우선 북한의 공격이 임박해야 한다. 특히 미국 본토를 가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을 때 선제타격에 명분이 생긴다. 물론 우리 한국 정부의 동의도 있어야 할 거다.”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정리=강정숙 기자



▶ 박진 합미협회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외교통' 3선 중진을 거쳐 지난달 한미협회장으로 취임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당내 '미국통'인 그는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선정된 조지프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과도 친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뛰어난 영어 구사력과 좌중을 휘어잡는 기타 실력으로 유명하며 친화력, 온화한 성품으로 친교범위가 아주 넓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조예가 깊다.

현재 한중우호협회의 고문을 맡고있으며 평소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그리고 중국사회과학원,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의 학자및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있다. 중국공공외교협회 회장인 리자오싱 전외교부장과는 국회 외교통상통일 위원장 시절부터 친분이 있다. 아울러 산동대학의 명예교수로써 중국의 젊은이들과도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중국과 함께 21세기 아시아의 미래는 우리가 앞장서 만들어 가야한다는 박 회장. 국회의원시절에는 초당적인 아시아문화경제포럼을 만들어 중국, 일본, 동남아, 몽골, 중앙아시아, 터키를 다니며 의원외교활동을 했다. 현재는 사회각계 오피니언 리더들로 구성된 아시아비전포럼과 공공외교와 정책개발을 위한 사단법인 아시아미래연구원을 함께 이끌고 있다.

​가족으로는 부인 조윤희씨와 1남1녀가 있다.

△서울(60) △서울대 법대 △외무고시 11기 △청와대 비서관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 △16, 17, 18대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