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침체 전조? MBS 입찰 대규모 미달
2017-03-09 17:34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이 대규모로 미달돼 채권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전날 '2017년 5차 MBS' 1조1500억원어치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2년물에 2200억원 부족분이 발생한 것을 비롯해 총 4900억원어치 미달이 발생했다.
이에 비해 지난 2월 진행한 '2017년 4차 MBS' 발행 때는 총 1조5700억원어치 모집에 미달이 없었다.
이번 입찰 미달분은 발행 주관사인 삼성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인수해 되판다.
MBS는 주택저당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AAA등급 회사채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업계에서는 이번 MBS 입찰 부진을 2분기 채권시장 냉각의 전조 현상으로 보고 있다. MBS의 대규모 미달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자금 수급 부족이 꼽힌다. 이는 채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악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국고채 금리 급등 등 최근 채권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관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이는 2분기 채권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BS 발행금리는 청약일 하루 전부터 3거래일간의 국고채 시가평가기준금리 평균에 일정 금리를 가산해 결정된다.
8일 오전에 입찰된 이번 MBS는 전날 급등한 금리를 반영하지 못해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난 7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44%포인트, 10년물은 0.046%포인트 급등하며 각각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불어 지난 주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설 이후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상반기 금리 인상 시기가 애초 예상했던 5~6월에서 3월로 당겨져 국고채 금리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해 회사채 금리와 차이가 벌어지면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올해 들어 2월 중순까지 좁혀졌던 국고채 금리와 AA등급 회사채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 4사 평균 평가금리)간 격차는 지난 8일 0.474%포인트까지 상승하며 다시 벌어지고 있다.
또 1, 2월 예년에 비해 채권시장에 많은 자금이 몰린 것도 2분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이유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강화된 회계감사 기조가 기업의 조달계획에 영향을 줬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2월 중 선발행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월 중 발행된 공모 회사채는 약 5조5000억원으로 최근 4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를 한 회사와 임원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