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유 재고 급증에 국제유가 1년여래 최대 낙폭..OPEC 감산 연장에 촉각

2017-03-09 15:20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8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가 1년여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5% 이상 급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유 재고가 급증하면서 과잉공급 공포감이 시장을 집어삼켰다. 

8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3일로 끝난 한주 동안 미국내 원유 재고가 820만 배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200만 배럴 대비 무려 4배나 많은 양이다. 이로써 미국의 원유 재고는 9주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 충격으로 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은 전일비 5.4% 곤두박질치면서 배럴당 50.28달러로 장을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은 장중 배럴당 53.1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8일 유가 급락의 충격파는 증시까지 미쳤다. 펀드 매니저들이 에너지 종목을 내다팔면서 S&P500지수 에너지 업종지수는 2.5% 미끄러졌다. 9월 중순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이다. 

커머디티 리서치그룹의 앤디 르보우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두 가지 역풍을 만났다. 하나는 과잉공급이고 하나는 과잉 투기세력”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표면화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EIA은 원유재고 소식뿐 아니라 미국의 산유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에는 최대 호황기였던 1970년대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EIA는 올해 미국의 산유량이 일일 평균 920만 배럴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97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시장에 만연한 낙관론이 오히려 유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올해부터 시작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감산이 글로벌 수급 균형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머니매니저들과 투기세력들이 올해 유가 상승에 베팅을 늘리면서, 2월 21일을 기준으로 유가 상승에 대한 베팅과 하락 베팅과의 격차는 10년래 최대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투기적 베팅이 늘어난 상황에서 재고 급증이라는 악재가 덮치자 투매가 촉발된 것이라고 TAC 에너지의 마크 앤덜리 트레이더는 설명했다. 그는 “이날과 같은 반응은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8일 유가 급락이 장기 하락세의 시작인지 일시적 발작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OPEC의 5월 정례회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OPEC은 올해 초부터 시작한 감산 합의를 연말까지 연장할지 아니면 원안대로 6월로 종료할지를 정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7일 세라위크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 간 감산 연장 합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알 팔리 장관은 감산 연장 여부는 원유 재고가 평균 수준까지 얼마나 빠르게 되돌아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