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새로운 도전 “소형 LNG-FSRU 개발, 육상 터미널과 경쟁한다”

2017-03-08 14:41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FSRU[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이 육상 터미널보다 건조비가 4분의 1 수준인 1000억원대의 ‘소형 LNG-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를 조만간 공개한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현재 주로 수주하고 있는 17만㎥급 LNG-FSRU의 절반 이하 크기인 8만㎥급 LNG-FSRU의 설계 작업을 지난해 12월부터 추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작업이 완료되는 데로 오일 메이저 등을 대상으로 영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해상 LNG 터미널’로 불리는 LNG-FSRU는 가스전이나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 설비)에서 생산해 영하 163℃의 액체상태로 선박에 실어온 LNG를 영상 5℃의 기체 상태로 만들어 육상으로 공급하는 설비다.

현대중공업은 설비의 개요와 개념도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17만㎥급 LNG-FSRU가 한국의 하루 LNG 소비량에 해당하는 LNG 약 7만t을 저장·공급할 수 있는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8만㎥급은 인구수 2000만명 이하의 국가나 지역이 하루 사용할 수 있는 LNG를 저장·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도 투자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NG-FSRU 운영업체인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에 따르면, 신규 LNG-FSRU(17만㎥급 기준)의 건조비는 2억5000만~3억달러(한화 약 2800억~3400억원) 규모로, 같은 규모의 육상 터미널 건설에 드는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소형 설비는 크기가 절반인 만큼 건조비도 1억달러(약 1000억원)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조에 들어가는 기간은 4~5년이 걸리는 육상 터미널의 절반인 2~3년 내에 가능하다.

◆육상 터미널 대체, 유용한 운용 장점
LNG를 수입하고 있는 33개국 중 12개 국가가 LNG-FPSO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중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의 수요가 집중되고 있으며, 인도와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의 국가도 도입계획을 새워놓은 상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을 비롯한 각종 사고, 그에 따른 환경오염 때문에 거주 지역 주민들의 혐오시설·위험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각종 위험 시설물들의 육지 건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해양 플랜트다. 대규모 건설비용을 줄이면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LNG-FSRU가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LNG 수입기지, FSRU가 뜬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LNG 재기화 용량에서 FSRU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약 0.8%에서 2010년 4.5%, 2015년 9.2%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소형 LNG-FSRU는 소량의 물량 수입이나 수요의 계절적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LNG-FSRU의 장점을 극대화 했다. LNG를 도입 초기라 사용량이 많지 않은 국가, 기존 LNG 시설의 용량 한계로 초과 시설을 건설해야 하지만 막대한 투자여력이 없는 국가, 계절 구분이 뚜렷해 겨울철에만 단기간 운용하고자 하는 국가 등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특히, 1000억원대의 저렴한 건조비와 적당한 크기이기 때문에 잠재 고객층이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확대될 수 있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육상 터미널을 선호하는 국가나 에너지 기업들에게도 해당 설비를 적극 홍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독자 개발 재기화 신기술 적용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번 소형 LNG-FSRU에 회사가 독자 개발한 신기술인 ‘해수(海水)-글리콜(Glycol) 간접 가열 방식 재기화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기화 설비는 LNG-FPSO의 핵심 기술로, 액체상태의 LNG에 열을 가해 기체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 재기화 설비는 로판 가스를 주성분으로 했는데, LNG와 프로판 가스는 모두 폭발성이 높고 열교환기의 부식을 일으키는 등 사고 위험도가 크다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간접 가열방식’은 부동액 등에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을 열매체로 사용해 액화천연가스를 가열하는 것으로, 기존 방식보다 내구성과 안전성을 모두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은 현대중공업이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수주한 LNG-FSRU에 처음 탑재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소형 LNG-FSRU를 통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수주를 극대화하는 한편 독자 개발한 신기술을 설비에 적극 반영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