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청년 빚쟁이로 내몬다

2017-03-06 15:19
저축은행서 27.9% 넘는 대출 받은 청년 5만7000명
상위 10개사의 전체 대부잔액 가운데 청년대출 비중 12.03%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대출을 앞세워 20대 청년들을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 생계조차 꾸리기 힘든 20대 청년들이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부터 빚의 굴레에 갇히고 있는 것이다.

6일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여성고금리 대출 현황' 을 통해 상위 10개 저축은행에서 27.9%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은 청년 차주(19세~29세)는 2016년 말 기준 총 5만699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위 10개사의 전체 대출잔액 가운데 청년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12.15%)부터 2015년(11.71%)까지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6년 12.03%를 기록하며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금리 수준별로 보면 27.9%를 넘는 초고금리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총 5만6991명에 달했다. 특히 27.9%~34.9% 사이의 금리 구간대에 주로 집중됐다. 실제로 상위 10개사에서 이 구간 금리의 대출을 받은 청년 차주는 총 5만6352명으로 대출잔액도 2239억6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상위 10개사 청년 차주의 26.9%에 달하는 수준으로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27.9%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한 셈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27.9%~34.9% 사이의 대출을 가장 많이 내보낸 곳은 현대저축은행으로 1만1352명에게 551억1000만원이 집행됐다. 오케이 1만564명(456억1000만원), 웰컴 1만490명(307억7000만원), SBI 7768명(244억원), 모아 6028명(162억7000만원) 등 순이었다.

39%를 넘는 초고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는 25명(4000만원), 34.9%~39% 이하 금리구간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은 614명(14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상위 10개사에서 청년(여성)이 받은 대출의 평균 금리(잔액)는 25.32%에 이르는 실정이다.

업계는 27.9%를 넘는 고금리 대출의 경우 대부업 법정최고금리가 27.9%로 하향 조정되기 전에 나간 것들이라고 해명했다. 또 20대 청년의 경우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대부분으로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도 낮기 때문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대 청년층은 주로 2·3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20대 신용대출 비중은 5.9%인 반면, 저축은행·대부업은 각각 16.3%, 13.6%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청년 대부분은 소득이나 금융거래 실적이 없기 때문에 대출이 어렵다"면서 "일반은행에서 청년들에게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에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0대들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2014년 8090명에서 지난해 1만1102명으로 37%나 늘었다.

이와 관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축은행이 은행의 간판을 걸었지만 대부업체와 별반 차이가 없는 서민금융을 하고 있다"며 "신용도를 이유로 청년들에게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약탈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축은행들이 27.9%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계약기간이 남았다는 이유 혹은 대출을 연기했다는 이유 등을 들며 이전의 고금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바뀐 법정 최고금리가 시작되고 6개월 이내에 자동적으로 새로운 최고금리를 적용토록 하는 규정이나 감독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에 대한 복지와 금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통해 고금리를 중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대환대출을 유도해야 한다"며 “동시에 금융교육이나 자활교육 등을 연계할 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