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 노조와 첫 대면

2017-03-06 18:05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한국수출입은행에 또다시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의 그늘이 드리웠다.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 내정자(사진)는 이와 관련해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6일 노동조합과 면담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전부터 진행된 면담에는 노조 대의원 등이 참석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노조 측이 먼저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는 김용진 수출입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노조원들과 낙하산 인사 논란부터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새 행장이 선임되면 으레 진행하는 상견례와 같은 것"이라며 "이번에는 출근 저지와 같은 큰 반대 움직임 없이 조용히 대화로 풀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의 경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역임한 국제금융 전문가로, 수출입은행이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할 것이란 기대다.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최 내정자는 행정고시 25기로 재정경제부에서 외화자금과장·국제금융과장,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등을 지냈다. 최근 1년 동안은 SGI서울보증 사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수출입은행장 인사가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최 내정자는 임기 도중에 SGI서울보증을 떠나게 됐다. 수출입은행장은 수출입은행법에 따라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최 내정자는 40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한 수출입은행의 부실 규모를 줄이고,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성과연봉제 및 공기업 지정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의 선임으로 끊어졌던 모피아의 연결 고리가 부활한 것은 사실이다. 역대 수출입은행장의 3분의 2 이상이 기재부(옛 재경부) 출신으로, 내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추면서 최근 노조에서도 일단 반대하는 태도가 지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도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내정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지만, 금새 수그러들였다. 캠코 노조 측은 문 사장의 이력 등을 볼 때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임명 제청안 승인에 따른 공식 임명장을 수출입은행에 전달했다. 최 내정자는 예정대로 7일 취임식을 거쳐 수출입은행장으로서의 업무를 본격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