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주일한국기업 89%, 원·엔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위기”

2017-03-06 11:00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10개사중 9개사가 최근 원·엔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원사 8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주일한국기업 비즈니스 환경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39%는 일본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환율변동을 꼽았다.

또한, 엔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채산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원·엔 환율은 89%(55개사)가 ‘1000원·100엔’이상이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34%(21개사)가 100엔당 최소 1050~1000원, 40%(25개사)가 1100~1050원 이상, 8%(5개사)는 1000~950원, 3%(2개사)가 950원 미만으로 응답했으며, 1100원 이상으로 응답한 업체도 15%(9개사)나 되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3월초 현재 1001엔 정도의 환율수준에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엔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전환된 대일 수출의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결제통화 비중에 대해 응답한 20개사를 보면 엔화가 83%, 미 달러가 17%로, 주일한국기업들은 원·엔 환율 변동시 채산성 및 경쟁력에 큰 영향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결재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미쓰비씨은행 등 주요금융기관은 금년 엔화환율을 약세로 전망(엔·달러 환율 120엔대)하고 있어 엔화약세 지속시 일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실제로 주일한국기업들은 원·엔환율 변동에 대해 마땅한 대처방안이 없어 가격조정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응답기업들의 21%는 ‘한일관계’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양국의 정치·외교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업체가 79%에 달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한일관계의 개선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관계의 악화가 장기화되면 ‘신규거래처 발굴의 어려움’, ‘타국 경쟁사로 거래처 변경’, ‘한국기업에 취업 기피’ 등 부정적인 요인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응답기업의 79%가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경제의 호전과 취업연령 인구의 감소로 인해 실업률이 3%대 초반에 이르고 유효구인배율이 1.4배에 달하여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로, 1배 이상이면 구인이 구직을 상회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응답기업들은 ‘환율변동’과 ‘한일관계’가 정상화 될 경우 올 해 대일 비즈니스 환경이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25%)로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19%)를 상회하고 매출액도 76%의 업체가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최근 5년간의 대일 수출 감소가 증가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귀현 무협 도쿄지부 지부장은 “대일수출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엔 환율이 1000엔 이상 유지되도록 환율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일본취업 희망자의 일본어 교육 강화, IT·건설·엔지니어 등 일본의 인력부족이 심각한 분야에 대한 전문교육 확대, 일본취업 전문기관 및 시스템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