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악성 댓글도 감사했어요”…공식 은퇴 ‘복학생으로’
2017-03-06 00:05
4일 태릉선수촌 필승주 체육관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가진 손연재(23·연세대)는 17년 간 정든 수구(手具)는 물론 자신에 대한 비난까지 모든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리듬체조 선수로 건낸 마지막 인사까지 아름다웠다.
은퇴 기자 회견에서 손연재는 “17년은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로 살아온 시간이다. 리듬체조는 그동안 내 삶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아닌 23세 손연재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운동선수에게 은퇴는 가장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손연재는 “사실 은퇴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은퇴를 생각했는데,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멋지게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아쉬움과 후회라는 두 단어가 나에겐 가장 두려웠다. 마지막 시즌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는 선구자였다. 남다른 노력을 했다. 최근 6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러시아에서 생활한 손연재는 타지에서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며, 자신과의 사투를 펼쳐야 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를 차지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역대 최고 성적 타이인 4위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동메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4관왕, 2016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전관왕 등 수많은 업적을 세웠다.
최근에는 근거 없는 뜬소문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차은택의 주도로 만들어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됐다.
많은 시련들이 손연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안 좋은 시선도 있지만, 사랑을 많이 받았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경기하는 순간순간마다 정말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고 되돌아봤다.
학생 신분으로 돌아간 손연재는 당분간 학업에 전념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예정이다. 손연재는 “올림픽을 위해 1년간 휴학했는데, 다시 복학해서 선수가 아닌 학생으로서 열심히 하고 싶다. 선수는 아니지만, 리듬체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후배들이 저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국제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