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숙의 차이나 톡] 사드 보복에 '베이징 현대차'가 위협받는 이유

2017-03-06 01:30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연일 중국발(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보도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삼성그룹에까지 사드 보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까지 중국이 무역보복 조치로 우리에게 영향을 준 것은 화장품 등 모두 최종 소비재 품목에 해당된다.

그런데 중국이 중간재를 대표하는 석유화학에 보복을 가한다면 우리나라의 여수 석유화학단지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전반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될지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정유회사에서 원유를 증류할 때 생기는 광물성 휘발유인 나프타를 가져다가 분해를 한다. 석유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에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염화비닐(PVC) 등이 가공되는데 이 많은 것들을 중국이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이들 중간재에 대한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경우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에틸렌 생산을 그만둬야 하는데 이럴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게 된다. 건축자재와 자동차 내장재 대부분이 석유화학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이들 산업에 피해를 끼치기 위해 직접적으로 석유화학을 금지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의 작은 조치 하나만으로도 국내 석유화학 전반의 도미도식 붕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00년 한·중 마늘분쟁 당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올린 한국에 대해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우리는 어떠했는가. 폴리에틸렌 한 가지 만으로도 한국의 경제는 휘청거렸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중국이 손해볼 것은 없다. 대체재로 중동산이나 대만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이 중간재까지 손대게 되는 날, 베이징 현대차 등 우리의 핵심 산업이 겪을 위기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 미칠 간접적 영향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노출돼 있는 직접적 위험은 무엇일까.

현대차의 경우 중국의 베이징, 충칭, 창저우 등에 생산기지가 있다. 현대차 입장에선 중국이 현대차의 생산기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사드로 인한 경제보복 이전부터 베이징 현대차는 이미 중국의 타깃 범위 안에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한국 현대차와 지분이 50:50이다. 실제 법정대표(법인 이사회 의장·동사장(董事长))는 쉬허이(徐和誼)로 중국인이다. 한국 현대차의 대표 격인 총경리는 그 밑이다. 이유는 여기에 있다.

베이징 현대차는 합작(合作)경영기업기업이 아닌 합자(合资)기업이다. 합작의 경우 자본 중심이 아닌 경영 룰을 서로 협력해 경영권을 정하는 방식으로 현재 중외 합작기업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는 반면, 대부분의 중국내 중외(中外)기업은 합자기업이다.

합자는 합작과 달리 현물(땅)을 갖고 있는 중국이 지분 50%을, 돈과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이 지분 50%을 갖고 있다. 그러나 비율상 50:50일 뿐, 중국 법률상 최종 경영권은 중방(中方)이 갖고 있다(控股权利在中方).

현대 총경리는 한국 현대 사람이 맡지만 총경리는 이사회의 한 구성원일 뿐인 셈이다. 이사회 전체(동사회) 인물들이 한국:중국이 5:5로 구성돼 있긴 하지만 의사, 진행, 발언 등 대부분의 권한은 이사회 의장이 쥐고 있다. 총경리 측이 아무리 중요한 정책이 있다 해도 중국측이 작심한다면 이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즉 총경리는 실제 경영을 할 수없는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차의 가장 큰 위기는 사드로 인한 경제보복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현대차를 한국인이 경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의 경영권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중국 국영기업, 즉 공산당이 가지고 있다.

베이징 현대차의 법정대표 쉬허하이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 위원, 베이징시 수도강철(首都钢铁)에서 15년 간 근무한 인물이다. 그는 이후 베이징시 경제위원외(经委员)부위원, 베이징 부시장 후보에까지 출마했던 전력이 있는 공산당 내 거물중의 거물이다. 특히 2012년까지 중국 상무위원회 서열 4위였던 지아칭린(賈慶林)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그는 합자기업인 독일 벤츠 동사장이기도 하며  베이징에 있는 대부분의 외자 자동차 기업 법인대표를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이 얼마든지 현대차를 올 스톱 시킬 수 있다.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 반도체, SK하이넥스 등도 5:5의 규정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반도체의 투자 경영권이 누구인지, 중국쪽에 있다면 모든 한국의 대기업 중국 투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점이다.

롯데 사태는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우리 기업들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살림을 불려 나갔고 정상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사드 여파를 기회로 대체시장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이 '여러 그물망을 쳐 놓고 돈을 버는 나라'라는 상인의 제국임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