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드 보복에 폭풍 전야…불매운동 고조땐 中 사업 접을판
2017-03-01 18:57
중국 거대 온라인쇼핑사이트 징둥닷컴 내 롯데마트관 폐쇄
反롯데 시위 등 불매운동 노골화…3월15일 소비자의 날 최대 분수령
反롯데 시위 등 불매운동 노골화…3월15일 소비자의 날 최대 분수령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확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되면서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의 현지사업이 발칵 뒤집힐 위기다. 중국의 대형 온라인몰이 롯데마트관을 없앤데 이어 롯데 매장 앞에서 항의 시위까지 발생하는 등 반(反)롯데 정서가 고조되면서 현지사업이 잇달아 좌초될 위기다.
1일 중국 소식통과 롯데 등에 따르면, 중국의 거대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둥(京東)닷컴’은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28일 갑자기 사이트 내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징둥 측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징둥닷컴 내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이 일부 사라지는 등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롯데면세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중국을 떠나라’는 2만여개에 달하는 중국인 네티즌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에 관한 웨이보 토픽은 조회 수만 900만건에 달한다.
이미 중국 현지에서는 롯데 불매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지린(吉林)성의 장난(江南) 롯데마트 앞에서는 “사드를 지지한 롯데는 즉시 중국을 떠나라”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시위대가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 소식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어, 다른 지역의 롯데마트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질 전망이다.
현재 중국시장에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유통·화학·관광 등 롯데 24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현지 임직원만 2만여명이며, 한 해 매출만 약 3조2000억원 규모다. 유통의 경우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가 영업 중이다.
특히 오는 15일 예정된 중국 ‘소비자의 날’이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관영 CCTV(중앙방송)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인 ‘완후이(晩會)’가 롯데를 정조준할 것이 유력시 되서다.
불매운동이 가시화되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롯데의 중국 현지법인들의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롯데쇼핑 중국법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은 79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나 줄고, 적자 규모는 1444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늘었다.
특히 롯데는 최근 실적 부진을 이유로 베이징 인근의 롯데슈퍼 3개 매장을 철수키로 했는데, 이처럼 사드보복이 본격화되면서 불매운동이 가열되면 중국의 롯데 사업 전반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제재 수위가 심해지고, 불매운동이 고조되면 롯데가 중국 사업을 아예 접을 것이란 최악의 관측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롯데뿐 아니라 삼성·현대 등도 사드보복의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중국 관영언론들은 롯데는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제품의 불매 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일자 사설을 통해 중국 내 학자들의 말을 빌어, 한국에 대한 제재는 △관광업 △한류드라마 등 문화상품 △삼성 스마트폰 등 전자 제품과 현대차 등 한국의 제조업 최종재 △롯데를 비롯한 한국의 패션·화장품 등 소비재 등을 전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일련의 제재)상황들을 비단 ‘롯데만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향후 중국 입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예민한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