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칙' 택한 금감원…자살보험금 생보사 무더기 '중징계'
2017-02-24 00:11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삼성·한화·교보 등 빅3 생보사가 결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더기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이날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교보생명에는 두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다.
빅 3생보사는 막판까지 보험금 일부지급, 법적인 근거 불충분 등의 사유를 들며 충분히 소명했지만 금융당국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다. 이들이 무더기 징계를 받으면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최고경영자(CEO)는 교체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는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확정했다.
회사별로는 삼성생명이 영업정지(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정지)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 1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다.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문책경고를, 교보생명이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대표이사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다른 금융회사에 3년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교보생명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자진해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 중징계를 피했다.
교보생명 측은 이날 자살보험금 관련 대법원 첫 판결이 있던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그 전에는 원금만, 이후에는 원금에 지연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계산해 1858건의 계약에 해당하는 672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빅3 생보사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교보생명이 제재결과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은 징계 대상에 오른 3곳 중 유일하게 오너가 현직 최고경영자다. 만약 금감원이 당초 통보한 대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면 신창재 회장의 연임은 물론, 경영권도 최소 3년간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주의적 경고를 받으면서 신 회장의 연임도 가능해졌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금감원이 중징계 근거로 내린 기초서류준수의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2011년 1월부터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했다는 점을 소명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업계는 이례적인 강력한 징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마지막 카드인 행정소송을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법률적으로는 이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 같은 중징계가 확정되려면 금융위원회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제재 결과를 검토한 뒤 최종 입장 밝히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