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심재헌 "내년께 체지방 낮추는 유산균 제품 나올 듯"

2017-02-23 16:40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내년께 체지방 감소 유산균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유대길 기자 ]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유산균은 상식적이지 않은 역발상 제품이에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생각을 바꿔야죠."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2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유산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40년 전 유산균 제품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꺼려했다. 균 자체가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라서 몸에 섭취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었다.

심재헌 소장은 "처음 야쿠르트를 선보일 당시 가장 어려웠던 게 균을 먹는다는 개념이었다"며 "생각을 바꿔서 몸에 좋은 유산균을 만들어 내고 윌·쿠퍼스처럼 기능성 발효유를 개척하는 것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유산균은 인체 내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세균으로 탄수화물 같은 당을 이용해 유산(젖산)을 생성한다. 유산균이 당으로부터 유산을 만드는 과정을 유산발효라 부르며, 유산 발효에 의해 발효유를 비롯해 치즈·발효버터 등의 발효식품이 만들어진다.

한국 유산균 연구의 시작은 한국야쿠르트에서 비롯됐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1969년 우리나라에 유산균 발효유를 처음 소개했다. 당시 이름도 생소했던 유산균 발효유는 이제 없어선 안되는 건강음료로 자리잡았다.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국내 발효유 시장에서 40%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방문판매로 야쿠르트를 유통하는 일명 아쿠르트 아줌마들만 1만3000여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1000억원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헛개나무 프로젝트 쿠퍼스, 7even 등이 있다.

◆4000여종 균주 라이브러리 구축·기능성 제품 개발 

한국야쿠르트는 4000여종 이상의 ‘균주 라이브러리’를 구축한 한국형 프로바이오틱스 대표 기업이다. 지난 40여년간 다양한 시료에서 유익균을 순수 분리해 모아 놓았다.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특허등록 142건, 특허균주 56종, 자체개발 유산균 22종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체내에 들어가서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을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들이며 일부 바실러스류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산균이다.

심 소장은 "처음 하나의 균으로 시작해 4000여종의 균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인체에 필요한 기능성 유산균을 찾아내고 있다"며 "다양한 원천의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의 가장 큰 자산이다"고 자신했다.

특히 한국야쿠르트는 토종 미생물을 기반으로 균을 분리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심 소장은 "유산균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살아온 환경에 따라 차이가 생겨난다"며 "한국에서 토착화된 미생물들이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장 중심의 발효유 시장에서 기능성 발효유산업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사성 질환 및 피부 미용에 대한 연구에 적극적이다. 그는 "혈압·콜레스테롤·당뇨 등 대사성 질환을 조절해주는 것도 유산균의 역할로 밝혀지고 있다"며  "기능성 유산균을 통해 몸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년간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에 효과적인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4를 개발했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HY7714는 건강한 산모 200여명의 모유에서 추출한 한국형 프로바이오틱스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았다. 이 유산균을 접목한 제품이 지난해 출시된 프로바이오틱스7714다.

그는 "모유에서 추출한 균으로 노화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주름이 생기는 것을 완화시켜준다"며 "노화와 주름을 완화시켜주는 유산균을 공식으로 인정받은 건 이례적이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지방 낮추는 유산균 제품 선보일 듯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지난 2000년도부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이용한 중성지방 감소효과 연구를 진행했고, 락토바실러스 커베터스 HY7601과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KY1032 2종의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김치에서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연세대 식품영향학과·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인체적용 실험 결과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유의적으로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이용한 중성지방 감소 논문은 대사질환 학술지인 아테로스콜로시스(Atherosclerosis)에 게재됐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지방대사의 일부를 담당하기 때문에 유익균이 줄면 지방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쉽게 살이 찐다. 캘리포니아 다비스 의대 레이볼드 교수팀은 지난해 미국내분비학회에서 장내 나쁜 세균이 더 많으면 세균이 독소(LPS)를 만들어 내고 이 독소가 혈액 내로 들어가 뇌의 시상하부에서 렙틴(식욕 억제호르몬)의 기능을 저하시켜 과식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지방을 낮추는 유산균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충치 등 치주질환에 도움이 되는 유산균도 개발할 예정이다.

심 소장은 "올해 체지방이나 중성지방 등을 낮춰주는데 도움을 주는 유산균 개발에 집중할 생각이다"며 "제품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단계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는지 명확한 상관관계를 규명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는 어렵지만 내년에는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통 균을 발견하고 제품으로 만들어내는데 5년 가량이 소요된다. 그는 "균의 특성을 확인하고 상업적인 활용 여부를 판단해 신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5년 정도 걸린다"며 "기능은 좋은데 잘 자라지 않아서 키워내고 확보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면 상업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