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라야 vs 수용해야" 난민 불법 유입 증가에 캐나다 국론 분열 위기

2017-02-21 14:00
미국 국경 넘어 밀입국하는 사례 급증...난민 신청만 7000건
캐나다인 25%는 '트럼프식 제한' 도입 필요 주장

퀘벡주 헤밍포드 인근 지역에서 20일(현지시간) 한 난민 가족이 미국 국경을 통해 캐나다에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AP]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영향으로 캐나다에 입국하는 난민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 수용을 두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일간 데일리스타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매니토바 주의 프랭클린 마을에 불법 난민 22명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으로 인해 입국이 제한되자 미국을 횡단해 캐나다로 밀입국하는 것이다.

이 마을은 주민 700여 명으로 구성된 작은 마을로, 최근 들어 밀입국한 난민이 7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서류를 갖추지 않은 난민들이 지역 사회에 유입되면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 도착한 난민 신청 건수가 7023건에 달해, 2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망명 신청 건수는 총 452건으로 2년 전(46건)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불법 입국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캐나다 내에서는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면 더 많은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앵거스리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인 4명 중 1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입국 금지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캐나다가 추구하고 있는 2017년 난민 수용 목표인 4만 명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응답자의 38%는 난민이 자신의 마을에 유입되는 데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향후 120일간 난민의 미국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해 "미국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간섭하거나 가르칠 생각은 없다"면서도 "캐나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 확보를 책임진다는 전제 아래 이민자와 난민을 영입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간접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