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한 달]전문가들 “고용창출, ‘법인세 인상’ 보다 ‘경영 감시' 강화하고 ‘세액공제’ 늘려야"
2017-02-19 14:13
한국개발연구원(KDI), 법인세 인상 신중해야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야권 대선 주자들은 법인세를 올려 거둬들인 돈을 일자리 예산으로 쓸 경우, 많은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재계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을 들어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에 여력이 생겨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란 주장을 편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단순히 법인세율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기업 전반의 재무상태,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된다.
또 경영진의 사익추구 행위로 절감된 비용이 투자나 고용에 사용되지 않으면 법인세를 낮춰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
때문에 법인세율 인상 또는 인하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을 건드리기보다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을 담보로 기업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를 올려 기업투자나 고용의지를 꺾기보다, 고용창출 등이 이뤄졌을 때 세액공제해 주는 기존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를 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고용유발효과 중점 기업 지원, 국내 유턴(U-Turn)기업 세액 감면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세원확충, 추가 징수 등을 이유로 정책이 혼선을 빚으며 공제율이 급락, 기업의 고용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2015년에 공제혜택을 받은 기업이 3476개, 4774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46.8%) 감소했다고 밝혔다.
고용창출이 큰 우수기업 지정제도의 경우, 혜택은 근로감독 면제나 법인세 정기세무조사 유예 등 간접적 지원이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국내로 공장을 이전한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제도도 2012년부터 혜택을 받은 기업이 43곳에 그치는 등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는 “법인세를 올려 일자리 예산을 늘리기보다 고용창출시 세액공제 같은 유인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등 법인세제를 합리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비과세·감면 축소가 오히려 기업의 실효세율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에 따라 법인세 실효세율이 지난 2013년 16.0%, 2014년 16.1%, 2015년 16.6%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 선진국들이 감세 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는 것과 대비된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각 국가는 자국이기주의, 보호무역주의 등 제 기업 감싸기를 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감세”라며 “법인세 인상도 그렇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는 연구개발(R&D) 투자, 고용 여력을 줄여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