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 이영애, 자신과 꼭 닮은 '미인도'에 감탄한 사연은?
2017-02-17 00:11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의 첫 회에서는 극중 이태리 학회에 갔던 한국미술사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볼로냐 근교의 palazzo albergati 미술관에 들렀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미인도’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그려졌다. 덕분에 드라마는 안견의 ‘금강산도’를 둘러싼 비밀스토리로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이 ‘미인도’는 실제로도 이영애와 닮으면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것. 알고보니 이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프로듀서 및 미술 감수를 해오면서 ‘사임당’의 전통화 부문 디렉터로 활동중인 오순경 민화작가의 작품이었다.
오순경작가는 이번 ‘미인도’를 제작하기에 앞서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전통방식으로 그릴 것인지, 아니면 서양화 화법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제작진과 숱한 협의를 거쳤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안료가 달라지고, 그러다 보면 초상화의 톤도 분명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오작가는 전통화법을 택했고, 이에 따라 얇은 비단인 화견에 다가 틀을 짜서 앞뒤로 채색을 하는 이른 바 배채법(背彩法)을 활용, 천연색으로 100여회나 붓질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이겸이 이태리에서 그린 설정에 따라 당시 시대의 유행도 적용, 눈동자에 조명이 비치는 듯한 반짝임도 공을 들여 그리게 되었다. 덕분에 맑고 하얀 이영애의 피부와 갈색빛이 도는 눈빛을 생동감있게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의 경우 6개월이 걸려야 하는 큰 작업이지만, 그녀는 방송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잠을 줄이며 두 달여 만에 완성했다. 덕분에 방송에는 현재 지윤이 입수한 고화처리된 ‘미인도’와 이태리에서 이겸이 그린 ‘미인도’가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사실 드라마를 위해 그녀는 ‘미인도’만 총 여섯작품을 제작하는 수고로움도 아끼기 않았다.
오순경 작가는 박은령 작가의 “앉아있던 사임당이 일어나서 신발을 신는 모습”이라는 요청에 몸을 살짝 비틀고는 손으로 치마를 들추면서 일어나는 포즈, 그리고 살짝 벌린 입을 그리면서 뭔가를 말하려는 모습도 마치 진짜 사람처럼 실감있게 담을 수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보는 이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던 건 초상화의 전통화법이 잘 지켰기 때문이다.
때마침 오작가로부터 한 달 여간 민화를 배우던 이영애는 이 ‘미인도’를 접한 뒤 “정말 예쁘게 그리셨다. 나보다도 젊어보인다”라는 말로 즐거워하며 감탄했고, 방송스태프들 역시 “아련해 보이고 뭔가 느낌이 있는 표정이 이영애씨와 그대로 닮았다”라는 칭찬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오순경 작가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들에 대해 “‘사임당’속 ‘연화도’와 ‘초충도’의 경우, 사임당의 작품에는 힘이 있으면서도 단아함이 강조되고, 휘음당 최씨의 작품은 화려함이 도드라진다”라고 귀띔하며 “덕분에 드라마를 통해 사임당과 이겸, 휘음당의 다양하고도 풍부한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현재 한국 민화협회와 한국민화센터의 이사이자 추계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오순경작가의 작품은 서울옥션 프린트 베이커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태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분)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사극이다. 일기 속에 숨겨진 천재화가 사임당의 불꽃같은 삶과 ‘조선판 개츠비’ 이겸(송승헌 분)과의 불멸의 인연을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아름답게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