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안종범 11차 공판… 정동구 "안종범 허위진술 요구했다"
2017-02-14 17:16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해 '국정 개입'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K스포츠재단 이사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안 전 수석 측으로부터 휴대전화 폐기를 지시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4일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11차 공판에 K스포츠재단 정동구 초대 이사장과 김필승 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정 전 이사장은 '검찰에 출석하는 당일 아침에 안 전 수석이 직접 증인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 드린다 이런 말을 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검찰 조사에서 허위 진술했다"면서 "조사가 끝나고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고맙다 고생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한 것이 기억나나냐'라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허위 진술한 이유에 대해서 "당시 안 전 수석이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저까지 안 전 수석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김필승 이사와 상의한 결과 그런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의 '고맙다'는 말은 허위진술에 따른 감사 표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는 법정에서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안 전 수석과의 통화 기록이 나오지 않도록 휴대전화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냐'라고 질문하자 김 이사는 "그렇다. 안 수석이 관계없는 걸로 해달라며 이메일 등도 지웠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 이사는 안 전 수석 보좌관 요구에 따라 충북에서 휴대전화를 새로 개설했고, 쓰던 휴대전화는 처가댁에 놓고 왔다고 설명했다.
검찰 조사에 앞서 김 이사는 보좌관으로부터 '현재 상황 및 법적 검토'라고 쓰인 A4 두 장짜리 문건도 건네받았다고 진술했다.
해당 문건에는 K재단 이사진 추천을 청와대가 아닌 ‘전경련’이 한 것으로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이 문건을 받은 김 이사는 검찰에서 안 전 수석 측이 요구한 대로 허위 진술을 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당시 보좌관 뒤에 안 수석이 뒤에 있었고 재단에 피해가 갈까 봐 고민하다 그렇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41일 만에 헌법재판소에 출석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전 비서관은 14일 오전 10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결국 불출석했다.
그는 지난 달 5일과 19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불출석이다. 헌재는 이에 따라 안 전 비서관에 대한 증인채택을 취소했다. 이는 헌재가 앞서 "불출석 증인은 원칙적으로 재소환하지 않고 불필요한 증인은 직원으로 취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