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가속화되는 진영논리...탄핵정국을 뒤흔든다
2017-02-12 14:53
보수측의 프레임전쟁에 선수빼앗겨
조기대선 정국이 신(新) 탄핵정국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 연기론이 힘을 더하면서 야권에 비상이 걸렸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연시됐던 탄핵 인용이 갑작스럽게 탄핵 기각 쪽으로 무게추를 옮겨간 것이다.
헌재의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달여 동안 조기 대선 국면이 조성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출마 선언이 잇따랐다. 마치 제비 한 마리를 보고서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한 셈이다.
헌재는 14일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을 연다. 이날 변론기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측이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새 쟁점으로 제기하며 추가 변론과 증거채택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 측은 이미 15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하는 등 심판기일 연장 꼼수를 숨기지 않은 터라 이날 역시 최대한 심판 기일을 늦추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카드도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국회 측이 박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14일까지 밝혀달라며 압박하고 나선 것은 탄핵심판 연장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열린 촛불집회에는 80만 명이 참가해 올 들어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헌재의 탄핵심판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태극기집회에도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모였다. 태극기집회 참석자의 수는 주최 측의 주장과는 맞지 않지만 점차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는 틀림없어 보인다.
◆ 촛불집회를 위협하는 태극기집회...진영논리 득세
진보와 보수를 전면에 내건 양측의 집회는 현재 한국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진영논리가 점차 득세하면서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양 진영의 골은 더욱 깊게 패이고, 새로 당선된 대통령으로서는 나라를 제대로 이끌고 가기 쉽지 않다. 촛불집회를 진영논리의 입장에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프레임전쟁의 선수(先手)를 보수 측에 빼앗겼다는 지적도 있다.
두 진영의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패이게 하는 데는 정치권의 적극적인 참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야권이 총동원령을 내리고, 태극기집회에 새누리당의 핵심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광장의 대결이 정치판의 대결을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 보수 측의 프레임전쟁 선수(先手)가 초반 장악
여기에 ‘큰 함정’이 도사린다. 국회의원 의석수가 보여주듯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야권의 절대적인 우세가 지속됐지만, 개혁에는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이 분당된 이후에도 그 같은 흐름은 변화가 거의 없다. 각종 국민여론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촛불민심이 왜 갑자기 태극기집회로 상징되는 보수와 동격을 이루고 말았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프레임의 전쟁을 시작한 박 대통령 측과 새누리당 내 친박세력,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의 연대가 더욱 공고화될 때 야권은 대선놀음에 빠져 스스로의 연대를 부수고, 촛불민심과도 점차 멀어지게 됐다. 1차 프레임전쟁에서 야권이 처절하게 패배한 셈이다. 선수를 빼앗긴 이유는 자명하다. 조기대선이라는 구체화되지 않은 금단의 열매를 먼저 따겠다는 욕심이 빚어낸 것이다. 이제 다시 새로운 전쟁이 되어야 한다. 야권이 선수(先手)를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스스로 ‘함정’과 ‘욕심’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 바탕에 촛불집회에 드러난 민심이 있다.
신(新) 탄핵정국이 하루빨리 끝나야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쟁(政爭)이 시작될 수 있다.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라”는 어느 대선주자의 말에 정치권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