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손해"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는?

2017-02-12 17:54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저금리 기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커지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워 이 같은 상황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통계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다.

전체 은행권의 1월 저축성 수신가중평균금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은행이 팔고 있는 정기 예·적금 금리를 살펴보면 1∼2% 수준이다. 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수신상품이 많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4%), 주민세(1.4%) 등이 빠지면 체감 손실도는 더 크다. 목돈을 은행에 예금하거나 적금을 들면 손해인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는 추세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인상 전망이 강해지는 반면 금리 인상 전망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 오름세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은 커졌다. 정부·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대 중·후반대로 제시했다. 지난해(1.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가계와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 원자재 가격 및 생산물가 반등 등으로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적으로 2%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국내 금리 인상을 가속할 수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은 후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미국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금리 인상 기대감을 계속 낮추고 있다. 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 금리 상승이 본격화돼도 여신금리와 달리 수신금리의 변화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신금리를 높일 동인이 크지 않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고객 유치가 필요하면 수신금리를 올리는데, 현재 은행의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대출할 곳도 마땅치 않아 은행권 내부적으로 수신금리 인상 필요성이 없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까운 은행에 가서 자산 컨설팅을 받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지금처럼 환율이 널뛰고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는 투자상품을 달리 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안전자산으로 주택청약저축은 기본이고,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회전예금이 추천되고 있다.

회전예금은 원금이 보장되고 중도에 해지해도 회전 기간을 거친 예금에 대해서는 회전 주기별 약정금리가 적용된다. 금리 인상기에 적합한 상품으로 간주된다.

고재필 KEB하나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물가가 상승하지만 은행 예금이 더디게 오를 때는 회전예금에 가입했다가 금리가 오르고 난 후에 확정금리 1년짜리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절세 상품으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등의 연금상품이 권유된다.

공격적인 성향일 경우 브라질이나 베트남 등 발전 가능성이 큰 국가의 주식에 투자해도 좋다는 분석이다. 단, 부동산에 대한 직접 투자는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윤정임 신한 PWM서초센터 PB는 "부동산 가격은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어설픈 곳에 투자하면 수익은 안 나고 빠져나오기도 어렵다"며 "그보다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좋은 간접 투자하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