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신약DNA②] 녹십자, B형간염 신약 '헤파빅-진' 개발 탄력

2017-02-13 03:10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혈장유래 제품보다 순도 높아…최초 상용화 기대감
기존 대장암 항암제 뛰어넘는 신약도 1상 개발 중…올해 연구개발투자 20% 늘려

[사진=녹십자 제공]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해외 제약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신약개발은 이제 국내에서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수조원대에 이르는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은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각 제약사별로 주목되는 신약 후보물질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녹십자 신약 연구개발(R&D)은 파이프라인이 크게 바이오의약품과 백신으로 나눠져 있을 정도로 집중화돼있다. 질환으로는 인플루엔자, 수두, 탄저균 등에 대한 백신과 간염, 대장암, 헌터증후군, A형 혈우병,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암‧희귀질환 분야 치료제에 집중돼있다.

그 중에서도 녹십자가 기대를 걸고 있는 주요 신약후보물질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면역글로불린, immunoglobulin)로 구성된 바이오신약 ‘헤파빅-진(GC1102)’이다. 현재 녹십자는 두 가지 적응증을 목표로 헤파빅-진을 개발 중인데, 현재 간이식 환자의 간염 재발 예방에 대해선 2상 임상시험을 마쳤고, 만성B형간염 치료에 대해선 1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도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구용 B형간염약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에 그쳐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헤파빅-진은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개념으로 질환을 완치시킨다.

헤파빅-진은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된 B형간염 항체 치료제로 기존 혈장 유래 제품에 비해 순도가 높다. 때문에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 능력이 뛰어나고, 투여량과 투여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2013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국(EMA)도 헤파빅-진이 기존 혈장 유래 제품보다 안정성 및 효능, 편의성 등이 크게 개선될 것을 인정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런 특징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B형간염 항체 제제의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헤파빅-진’의 개발속도가 관련 약물 중 가장 빠르기 때문에 세계 최초의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 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대장암 항암제를 목표로 1상 임상 단계에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표적치료제 ‘GC1118’도 주목 대상이다. 이미 EGFR 표적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GC1118은 기존 약과 차별적인 결합력과 결합방식을 가졌고 항체 제제 특성 상 면역세포를 통한 암세포 사면을 유발한다는 것이 녹십자의 설명이다.

녹십자는 GC1118이 EGFR를 더 광범위하고 우수하게 억제해 기존 약에 반응이 없거나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치료효과가 있으며, 암세포 증식‧전이에 관여하는 케이라스(KRAS) 유전자 변이가 있는 대장암에서도 일부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상 임상 단계에 접어든 세포배양 방식의 4가 인플루엔자 백신 ‘GC3106A’와 유방암 항암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 ‘MGAH22’(미국 마크로제닉스와 국내 공동개발)도 곧 개발 완료와 함께 녹십자 제품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데 뒷받침이 될 수 있다.

또 녹십자는 면역결핍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SN)’ 미국 허가 신청,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미국 2상,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 중국 3상 등 국내 출시한 제품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올해도 투자를 전년보다 20% 늘리면서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혈액‧면역 분야 약물개발기술을 토대로 차세대 혁신 치료제들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가능성이 높은 품목들을 임상단계로 끌어 올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