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개성공단 폐쇄 1주년…봄은 아직 멀었다

2017-02-09 16:55
조기대선 떈 新정부서 해빙 기대
대선후보들 쟁점화 부상.. 정부 "북핵 진전없인 해결 어려워"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개성공단이 가동을 멈춘 지 1년이다. 공단 내 공장 기계 소리가 멈춘 지난 1년 동안 남과 북을 오가는 인력과 물자도 없었다.

북한의 도발은 이어지고 그 강도는 세지고 있으며 정부는 북한의 획기적 태도 변화 없이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던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 교류·협력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 한반도 정책도 사실상 과거로 회귀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지 1년, 막혀버린 통일대교. [사진=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2008년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로 일반물자 교역과 위탁가공사업이 중단된 이후 남북협력 사업은 개성공단만 남았는데 우리 정부가 이마저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 개성공단 폐쇄 1년...남북관계, 봄은 오지 않는가

지난해 초 북한은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 발사를 단행하자 정부는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했다. 정부가 폐쇄의 이유로 들었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현 정부 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9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교역 규모는 3억3300만달러로 1998년 2억22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이는 남북교역 규모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대북 햇볕정책이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그나마도 2월 10일까지 가동되던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지난해 남북교역은 전혀 없었다.

또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7·7 선언 이후 막이 오른 남북경협의 역사 역시 28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지난해 북한과 남한을 오간 인원도 개성공단을 포함해 1만4787명으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 왕래 인원은 2002년 1만3877명에서 2008년 18만677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15년에는 다소 줄어 13만2천101명을 기록했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로 보면 남측 인사의 방북은 고(故) 류미영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의 차남 최 모 씨가 모친상에 참석하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해 평양을 방문한 것이 유일하다. 북측 인사의 한국 방문은 전혀 없었다.

◆새로운 희망인가 암흑시대의 시작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폐쇄로 사실상 남북관계가 암흑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로 남북관계는 암흑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대선 실시 여부에 따라 개성공단 문제가 머지않은 시기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개성공단 문제는 당장 대선전의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차기 정부에서 주요 남북관계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의 무게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역행하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견인, 통일 이후 북한 경제의 연착륙 등을 위해 개성공단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설사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실제 재가동까지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 대북정책, '정경분리' 불가능 한가

개성공단 사업은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인 2000년 8월 현대와 북측의 합의서 체결로 시작돼 2003년 6월 공단 착공식을 하고, 2004년 4월부터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2004년 12월부터 제품 생산이 시작된 개성공단은 이후 북한의 1~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켓)인 대포동2호, 은하2호, 은하3호 발사, 그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때도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다.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남북 경협사업이라는 점에서 유엔 제재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초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까지 발사하자,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가동 전면중단을 결정했다.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된다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우리 정부 스스로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의 연계를 공식 선언한 셈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특단의 조치"라며 "개성공단 중단이 북한의 핵 도발에 기인했으므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도 초기에는 개성공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직접 연계하는 것에 거리를 둬왔지만, 현 정부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폐쇄 직후 "개성공단 임금 등 현금이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는 여러 측에서 있었다"면서 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현금의 WMD 전용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기존의 현금 지급방식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 필요한 현물 지급 등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이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2270호·2321호) 때문이라도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7일 언론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임금 전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성공단 폐쇄가 가져온 우리 외교의 한계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9월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는 역대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인 2270호와 2321호를 채택했으며,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별도의 독자 제재를 통해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 2321호는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석탄 수출에 상한을 정하고, 북한의 노동자 해외송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것 뿐만 아니라 대형 조형물의 수출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경우 정부가 대북제재의 벽을 스스로 허문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현금 다발이 들어가는 문제가 안보리 결의의 직접적 위반이 되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의 세부 조항만으로 따져볼 때 개성공단 재가동이 직접적인 결의 위배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면 이를 인정한다 하더라고 안보리 결의 전체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때문에 차기 정부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개성공단에 대한 안정성은 보장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9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밀도 있게 진행되지 않았고 이는 비선이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며 현 정부의 정책 결정 방식을 비판하고,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은 다시 열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류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정부에서의 정책 결정 과정에는 여러 가지로 상당히 좀 공백이 좀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실제로 외교, 안보, 통일, 대북정책 같은 경우에는 NSC에서 결정을 하게 된다"며 "NSC에서 결정을 해서 논의한 다음에 결정하게 돼 있는데 그런 과정들이 좀 더 밀도 있게 진행이 안 됐다"고 전했다.

류 교수는 '그것도 복기해 보면 비선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서 뭔가 뚝딱 내려왔던 건 아닌가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글쎄, 뭐 그렇게 짐작을 하는 것"이라며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더욱더 집요하게 얘기를 하고 설득하려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저도 처음으로 들었다"며 "그리고 그 후에도 한 번도 청와대에서 저한테 또는 통일부에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씀은 어떤 취지에서 나온 말씀이라는 얘기를 제가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을 통해 '통일대박론'을 주창했던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