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에 줄 선물보따리 위해 기업들에 대미 투자 종용
2017-02-08 10:57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안겨줄 투자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대미 투자 계획을 제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FT는 아베가 트럼프에게 “트위터에 자랑할 만한 수치”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대기업 세 곳의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미 투자와 관련해 세부적인 계획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의 공공 투자기관들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라는 종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아베의 선물보따리에는 트럼프의 환심을 사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일본의 입김을 불어넣고 대미 무역이나 방위비와 관련한 논의에서 불리한 구석으로 몰리지 않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일부 일본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압박에 불만을 토로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프라 채권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트럼프의 세금 정책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섣부르게 대규모 투자 약속을 내놓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 기업들은 트럼프의 거센 압박 속에서 개별적으로 미국 투자를 발표해왔다.
트럼프의 집중 공격을 받은 도요타는 지난 1월에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인디애나 주 프린스턴의 도요타 공장에서 고용을 400명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3일에는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아베 총리가 회동했는데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미국 생산을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에 관해 논의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밖에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12월에 일찌감치 트럼프와 만나 신생 기술펀드를 통해 미국에 5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경제인연합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미국 경제에 일본 기업들이 이미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기여하고 있는 4000억 달러 규모의 직접투자와 170만 개 일자리에 관해 말해줘야 한다. 일본은 이미 미국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 대통령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