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새시대 뉴리더 조건]<上>4차 산업혁명·일자리 창출 위해 ‘87·97 구체제’와 결별해야

2017-02-06 16:40
2017년 대선 시대정신을 찾아라

19대 대통령 선거는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프레임이었던 ‘민주 대 반(反) 민주’, 외환위기 파고에 무너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신자유주의 대 반 신자유주의’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는 87년 체제와 97년 체제를 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1987년 6월 항쟁의 프레임이었던 ‘민주 대 반(反) 민주’, 외환위기 파고에 무너졌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신자유주의 대 반 신자유주의’ 등의 이분법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넘어 ‘뉴 뉴트럴’(New Neutral) 시대로 진입했다. 한국 경제 역시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동시다발적 위기에 처했다. ‘1원 1표’의 경제민주화가 나락으로 떨어진 지도 오래다. 이에 본지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뉴 뉴트럴 시대 진입한 한국 경제의 선장을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주>

불안을 넘어 ‘분노의 시대’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촉발한 분노가 위험사회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위험사회의 징후인 분노의 외침은 통제 불가능한 불확정한 ‘위험 경고등’이다.

그 이면엔 보수와 진보 간 무형자산인 ‘신뢰 하락’이 깔렸다. 보수층에는 진보정권이 권력을 잡을 경우 재벌 개혁 등 대기업 옥죄기로 일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진보층에는 보수정권의 정권이 5년 더 연장될 경우 ‘1대 99 사회’가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주장한다.

승자독식 구조 등의 87년 체제 부작용과 선진국을 모방·추격한 ‘캐치 업’(catchup) 방식 등의 97년 체제가 맞물려 한국 경제의 그림자를 더욱 어둡게 하는 셈이다.

◆포스트 ‘87·97 체제’, 산업화+민주화 넘는 시대정신

6일 여야와 정치 및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대선은 ‘시대정신의 장’이었다. 대선은 회고적 투표인 총선과는 달리, ‘미래지향적 투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승만 시대 땐 ‘건국’, 박정희 시대 땐 ‘산업화’, 김영삼(YS) 정부와 김대중(DJ)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까지는 ‘민주화 시대’였다.

각론에선 차이가 있었다. YS 정부가 문민정부의 태동이었다면, DJ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란 과제까지 있었고, 노무현 정부 땐 3차 산업혁명의 진원지였던 인터넷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참여 민주주의가 핵심이었다.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을 연결한 이명박 정부 땐 ‘경제 성장’, 박근혜 정부 땐 ‘국민행복시대 및 국민대통합’이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사이 경제 담론도 변했다. 유신 정권인 1960년 이후 30년간 관치경제를 중심으로 한 성장 우위의 시대였다. 87년 6월 항쟁 이후 경제 기득권층이 진보진영에서 촉발한 노동자 대투쟁의 일부 조건을 수용한 것도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를 겪었던 87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른바 낙수효과의 긍정적 부분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조기 대선 정국에 휩싸인 20대 국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경제전문가 “文·安, 4차 산업혁명 이해부족”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카르텔로 유지된 87년 체제는 1997년 중대 위기를 맞는다. 대기업의 과잉 중복 투자와 저환율에 따른 소비 증가로 외환위기를 맞은 그해는 한국 경제사의 중대 분수령이었다. 세계화의 문민정부 이후에는 성장동력 소진과 사회 양극화의 악순환이 한국 경제를 덮친 것이다.

문제는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발발한 대규모 구조조정 등 사회 양극화 요소는 정치·경제적 국면마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강한 충돌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의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경제의 경직성만 확대됐다. 19대 대선 과정에서도 정치 담론이 경제 담론을 좌지우지하는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 현상이 극에 달하는 이유다. 이 구체제와의 결별 없는 경제 대통령론은 허구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구체제에 머무는 경제담론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의 4차 산업혁명 경쟁과 각 주자들의 일자리 정책을 꼽는다. 앞서 문 전 대표가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를 공약하자, 안 전 대표는 “박정희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 IT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양 주자들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 프리’”라며 “규제 개혁에 대해선 함구하는 것은 주장과 정책이 모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 주자들이 ‘일자리 숫자 경쟁’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에 부정적인 이들이 일자리 창출을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보진영 관계자는 “각 대선주자들의 경제 정책은 하드웨어형”이라며 “거대 담론이 아닌 미시적인 소프트웨어 공약 없는 정책은 가짜”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임박하면서 조기 대선이 초읽기에 돌입했다.[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