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린 증권가 부동산에 베팅
2017-02-06 15:52
아주경제 김은경·서동욱 기자=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려 불황 타개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 셀다운(재매각)으로 새 수익을 만들고, 펀드 설정·운용을 맡는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도 힘을 보탠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인 하나자산운용은 국내 주요 증권사와 손잡고 2016년에만 폴란드 브로츠와프와 포즈난 아마존물류센터, 미국 아마존물류센터를 사들였다.
모든 딜은 셀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증권사가 총액투자를 하는 것을 전제로,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해 해외부동산을 매입했다. 이후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에게 재매각해 자금을 회수한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증권사가 총액 인수로 위험을 떠안아 부담이 적다. 투자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이점이다. 업력만 있다면 중소형 자산운용사도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설 수 있는 이유다.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건 당 필요한 자산운용사 직원은 많아야 5명, 적게는 2명이다.
이런 구조에 비해 보수는 짭짤하다.
건물을 사들일 때 돕는 명목으로 받는 매입보수는 자산가격 대비 0.3%~0.6%에 이른다. 펀드 설정기간 받는 운용보수도 적지않다. 통상 펀드 설정액 대비 0.2%~0.5%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이 1000억원이라면, 자산운용사는 많게는 10억원 이상 챙길 수 있다.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해외 부동산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2016년 국내 투자가 저조했다"며 "딜 비중 자체가 국내보다 해외(80%)로 쏠렸고, 이런 트렌드가 올해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부동산펀드 설정액(공모ㆍ사모)은 2016년 한 해 동안 총 9조9047억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투자액이 약 64%(6조3558억원)를 차지했다. 이는 부동산펀드를 국내에 본격 도입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투자 지역도 북미와 유럽으로 다변화 됐다. 대형사나 중소형 자산운용사 가릴 것 없이 딜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자산운용은 2016년 한국투자증권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아마존물류센터 딜을 성공시켰다. 폴란드 포즈난 아마존물류센터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과 손잡고 사들였다. 하나자산운용은 올해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호주계인 밀리니움인마크자산운용도 2016년 두 건을 성사시켰다. 먼저 NH투자증권과 함께 호주 시드니 울워스 본사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과 다국적 제약사인 프랑스 노바티스 사옥을 사들였다.
FG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과 벨기에 아스트로타워를, NH투자증권과는 시드니에 있는 호주 적십자빌딩을 매입했다. 베스타스자산운용은 메리츠종금증권과 미국 시애틀 랜드마크인 세이프코플라자를 인수했고, 시몬느자산운용도 메리츠종금증권과 네덜란드 드 로테르담(De Rotterdam) 건물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