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우국(憂國)의 Opinion Readers, 당신들이 필요합니다.
2017-02-02 09:54
여리박빙(如履薄氷)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얇은 얼음을 밟는 것과 같이 ‘위태로운 상황’을 뜻하고, 그런 만큼 ‘더욱 삼가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의 의미를 유추할 수도 있다.
만사 위태롭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거시적 시각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은 70년 이상 얇은 얼음을 밟아 왔다.
이에 얼음을 깨려는 돌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밟고 있는 얼음이 얇음을 깨달아 더욱 조심하는 한편 얼음이 깨지지 않도록 두껍게 만드는 일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이에 전자는 장병들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고 한다면, 후자는 민·관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서, 특히 국민 중에서도 'Opinion Reader'에게 큰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자 전쟁이 끝나지 않은 국가, 67년 전 6·25전쟁을 치렀고 이 이후 3,094 회의 침투·도발을 받은 국가, 수도 서울이 핵탄두의 겨냥을 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특히 이러한 안보위협은 물리적 수단에 국한되지 않고, 각종 심리전·정보전·외교전 등 다방면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여리박빙과도 같은 대한민국의 위태로운 안보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물리적 침략을 막아내는 것 외에도,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각종 인프라와 안보현실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및 호국의지 등 비물질적 역량을 두루 갖추는 것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비를 꾸준히 확충하는 한편, 핵을 앞세운 북한의 준동을 억지(抑止)할 수 있는 인프라(이를테면 한미연합방위체제 등)를 강화하는 등 비물질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비물질적 역량의 나머지 한 축인 국민 호국의지 함양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영역이다.
나라사랑교육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에서는 2011년부터 500만 명에게 나라사랑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민 호국정신 함양을 위해 힘써왔지만, 최근 사드배치와 대북정책으로 인한 사분오열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정신적 역량을 모두가 갖췄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국가보훈처에서는 그간 정부 중심의 국민 호국정신 함양 사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민·관이 함께 주도하는 나라사랑 교육의 실시를 지난 연두업무보고에서 천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민간차원의 나라사랑 교육을 주도할 주체로써 새롭게 떠오른 것이 ‘Opinion Reader’이다.
이는 매스커뮤니케이션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한 집단에서 타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은 대중매체 등을 통해 지식 등의 콘텐츠와 그 수요자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 문제를 ①인식하고 ②이슈화하여 ③공중(대중)의제로 만든 뒤 ④공식의제(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로 한 사회문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Opinion Reader’는 방송출연, 출판, 기고, 토론, 강연 등의 방법을 통해 국가수호 역사, 안보 현실, 나라사랑의 당위성, 한미동맹의 필요성 등 대한민국의 현재를 지키고 미래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가치를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일례로 경기북부보훈지청에서 올해 실시 예정인 ‘경기북부문화연구모임의 나라사랑 호국포럼’은 한북사회문화연구회, 각 시군 문화원, 언론인 등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호국정신 함양 사업의 다양화·보편화 방안을 논하는 전형적인 ‘Opinion Reader’ 활용 사례이다.
본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은 포럼 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영역을 이끌고 있는 ‘Opinion Reader’에 의해 재생산되어, 각 지역·사회·단체에 전파됨으로써 ‘뿌리로부터 비롯되는 호국보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위태로운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을 타개할 성숙한 국민정신이 필요한 현실에서, 국가보훈처의 국민 호국정신 함양 사업은 비물질적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체계이며, 현재 정부 주도의 호국정신 함양 사업을 보완하고 민·관의 보훈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 새롭게 떠오른 ‘Opinion Reader’는 민간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호국정신 함양 사업의 청사진이다.
물론 민 주도라 해서 국민 호국정신 함양 사업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긴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보훈처에서도 그간의 호국정신 함양 사업의 성과를 이어나가고자 올해에도 나라사랑교육 전문 강사진을 확충하고, 호국보훈을 콘텐츠로 하는 예술·문화 사업을 진흥하며, 「호국보훈교육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보훈선양사업의 법과 제도 및 인프라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Opinion Reader’를 위시한 민간 차원의 자발적 노력이 더해진다면, 일단은 우리가 밟고 있는 얇은 얼음이 깨지지 않도록 스스로 삼갈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날아드는 돌에도 깨지지 않는 두꺼운 얼음을 만들어 낼 정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