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국내 외환보유액 문제 없나

2017-02-02 16:43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 등 경제 영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1일(현지시간) 금리를 현행 0.5∼0.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세 번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성명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미지수로 남겼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5월, 8월, 연말 등 세차례에 걸친 금리인상 시기를 점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과의 내외금리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고 들어왔던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시기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중반 두차례다.

당시 우리나라는 상당액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등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1999년 6월~2000년 5월 1차 인상시기에는 기준금리를 4.75%에서 6.5%로 1.7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국내 기준금리는 2000년 2월부터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국고채 금리는 6.88%에서 8.96%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168.5원에서 1121.4원으로 4.2% 하락했다가 이후 강세로 전환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는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2차 인상기는 2004년 6월부터 2006년 7월까지다. 이 기간 미국은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로 4.25%포인트 올렸다.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 기조가 유지됐지만,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수 기조에서 순매도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은 1158.6원에서 950.6원으로 떨어졌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경제 회복을 전제로 해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주요 금리가 오르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이를 줄이면 외국투자 자본이 대량 유출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불안한 정책 컨트롤 타워와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급랭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 진행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며 "국내 경제 리스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국내에 주는 충격을 키울 수 있다.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립해 통화·재정정책의 방향성을 잡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화당국은 미국 금리인상 등에 대비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다고 낙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3711억 달러에 달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700억 달러대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는 국제기구 등 여러 기준으로 봤을 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을 보면, 과거 외환위기 수준은 아니다. 경상수지는 낮아지겠지만 외환보유액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미 금리 인상 등으로)외환보유고 부분에 대한 여파는 적겠지만, 대응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한보유액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일부 주장에 대한 한계점과 대안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을 푼다는 얘기는 원화가치를 절하시켜 수출을 늘리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경기가 나쁘다고 외환보유액을 푸는 건 적정치 않다. 미국이 최근 중국을 견제하면서 환율조작국으로 한국을 지목하는 등 정치적리스크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 채권 등 안전성이 높은 외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위험성이 있어도 수익성을 고려해 신흥국 채권 등을 보유하는 등 자산의 다각화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양다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환율변동폭이 커지면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수출과 투자, 산업생산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