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문수 전 경기지사 “피겨선수 반기문, 격투기 정치판 들어와 혼쭐”

2017-02-02 15:59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대담=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 정리=이정주 기자]

“스포츠로 보면 피겨선수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킥복싱과 같은 험한 정치판에 맞지 않다.”

지난 1일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해 묻자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반 전 총장은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취재진과 김 비대위원은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이 소식을 접했다. 인터뷰 서두에서 밝힌 김 지사의 예견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보수진영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김 비대위원의 정국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김 비대위원은 정통 보수의 회복을 위해 새누리당의 반성과 인적쇄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시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등 안보에 있어선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에서 청년 일자리 해법으로 제시한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들에 대해선 냉혹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바람이 상당히 많이 꺼지고 있었다. 이 분은 스포츠로 보면 피겨 스케이트 선수와 흡사하다. 그런데 정치권이라는 게 아쉽게도 킥복싱 경기와 같다. 우아한 피겨에 비해 때리고 맞기를 반복하는 험한 곳이라 반 전 총장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전 총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국제외교 전문가다. 정치가 아니더라도 국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고 본다.”

-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문에서 자신에 대한 각종 음해 및 인격살인 등을 언급하며 서운함을 토로했는데?

“저도 반 전 총장과 생각이 같다. 언론 환경이나 SNS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호의적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의 경우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는 분도 계실 정도로 험하다. 반 전 총장도 일정 부분에서 희생자라고 본다. 그러나 혹독한 이런 검증을 이겨내지 못하면 대선주자의 자격이 없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것, 목숨을 바쳐서라도 강인하게 이 국난을 극복하고 절망 속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려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런 면에서는 참 안타깝다.”

- 김 비대위원도 곧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 선언할 것인가?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이 인적청산 등을 진행하고 있고, 또 당명 개정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당명 논의 등이 마무리 된 후 적절한 시점을 보고 있다.”

- 반 전 총장의 하차로 최근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평가하자면?

“황 권한대행은 생각과 행동이 반듯하시고 좋은 분이다. 무엇보다 보수 진영의 주자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확고한 안보관을 지니고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것도 옳은 판단이었다고 본다. 질서와 체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통령 대행 업무를 하고 있어 대선주자로 계속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 황 권한대행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황 권한대행도 박근혜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 일정 부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것 자체도 국민의 목소리인 것을 감안하면 막을 수 없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전통 지지층에서 얻는 지지도가 현재 있다고 본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평가하자면?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을 먼저 방문한다는 등의 발언은 안보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북한 핵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국군통수권자가 될 수 있는가.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도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하거나 우리가 자체 핵 개발을 해서라도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보수의 위기라고 하는 시기다. 이에 대한 진단은?

“지금 보수는 총체적 위기다. 첫째는 북핵 위기고, 둘째는 경제와 일자리 위기다. 세 번째로 정치 리더십의 위기다. 지금 이 세가지가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일본 아베 총리 등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지도자가 등장하는 등 위기가 도처에 널렸다. 보수의 위기는 바로 나라의 위기로 이어진다. 우리나라가 민주화 과정까지 보수세력이 나라의 주도적 중심축으로 작용해왔다.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좀 부패하더라도 능력을 바탕으로 넘어갔는데 지금은 대통령 개인적 스캔들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 바른정당이 ‘진정한 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했는데?

“결국 탄핵 정국까지 왔지만 이를 책임지지 않고 뛰쳐나간 사람들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보수가 법치를 따른다면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고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지했던 대통령이 잘못을 했다고 해서 안에서 고치려고 시도하지 않고 뛰쳐나가면서 면피하려는 태도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김무성 의원 모두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 당대표 등 지도부를 역임하지 않았나. 그리고 몇 대에 걸쳐 이 당에서 국회의원까지 했던 이들이 당을 깨고 나가는 건 올바른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내 개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가족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자세가 보수의 기본이다.”

- 새누리당의 인적청산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는가?

“아니다. 충분하지 않다. 애당초 저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제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헌·당규에 의하면 현역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선 당내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심 끝에 결정한 징계가 당원권 정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도, 국민들이 볼 때도 아직 부족하다. 징계의 강도와 범위 모두 부족하다. 숙제로 남아있다.”

-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당의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보는가?

“많은 사람들이 새누리당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민심이 사납지만 잘못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고쳐나가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안타까운 것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시기를 놓친 부분이다. 얼마 전 탈당한 이정현 대표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잘못에 대해 직언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당이 대통령의 비서실과 같이 행동한 것은 민주정당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것이다."

-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당명 개정 등 쇄신에 대한 평가는?

“지금 당명을 바꾸기로 하는 등 다양한 쇄신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 좀더 치열한 토론이 펼쳐져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매일 두들겨 맞기에 바쁘다. 지금 이 정도 사태면 사실 매일 의원들이 모여 밤새도록 토론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치열한 토론과 합의과정, 반성이 부족한 게 새누리당의 약점이다.”

- 결국 대선을 앞두고 바른정당과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우리 당은 아직 당 자체의 혁신과 재창당 과정에 있다. 이게 우선이다. 그 다음에 다른 정당 및 제3지대와 연대을 통해 반좌파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바른정당 뿐 아니라 이런 성격의 연합에는 동의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본다. 탄핵 국면이 마무리 되면 범보수 진영의 후보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시간은 많이 안 걸릴 것이다.”

- 재벌 개혁과 청년 일자리 문제가 대선 공약의 주요 이슈다. 개인적인 의견은?

“재벌도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한다. 다만 재벌 역시 법 안에서는 평등하게 대접 받아야 한다. 정치권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써야 한다. 일정한 기준을 명료하게 적용하는 것이 갈팡질팡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고 본다. 최근 야권 일부 대선 주자가 포퓰리즘으로 내세우는 기본소득 같은 공약은 잘못됐다.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근로 의욕에 있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정신을 불어 넣어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 세계 시장에서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시장에서 경쟁도 중요하다. 기업은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성장한다. 스스로 창조하고 도전해 성취하는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부 대선 주자들은 젊은이들에게 멸망의 바이러스를 심고 있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프로필
△1951년 경북 영천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前 민중당 노동위원장 △前 한나라당 부총무 △15·16·17대 국회의원(경기 부천시소사구) △32·33대 경기도지사 △前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