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20일(현지시간)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적 지우기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인 20일에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케어로 인한 경제 및 규제 부담을 완화하도록 정부기관에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오바마케어의 폐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석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통해 모든 연방정부 기관에 규제를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2014년 시행된 오바마케어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던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가입하도록 한 건강보험 개혁정책이지만 트럼프는 보험료 급등 등을 이유로 취임 첫날부터 오바마케어 폐지를 약속해왔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얼마나 빠르게 오바마케어를 손질할지 불분명하지만 이번 행정명령은 의회에 오바마케어 개혁을 서두르라는 무언의 압박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같은 날 트럼프는 상원 인준위원회를 통과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내무장관의 임명안에 최종 서명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기자들에게 “무척 바쁘지만 기분은 좋다. 아름다운 날이다”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21일 트럼프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중앙정보국(CIA)를 찾아 신뢰를 강조하면서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는 21일 버지니아 주 소재 CIA 본부를 찾아 “1000% 여러분과 함께 한다”며 강력한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과거 여러분은 원하는 만큼 지지받지 못했을지 몰라고 앞으로는 충분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미국을 승자로 만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CIA를 추켜세웠다.

현지 매체들은 앞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섹스 스캔들을 담은 '트럼프 X파일'과 관련해 정보 당국과 갈등을 빚던 트럼프가 CIA에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앙숙 관계에 있던 언론과는 화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보 당국과 자신과의 불화를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면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언론을 비난했다.

트럼프는 취임식에서 언론이 의도적으로 참가 인원을 적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부류"라고 맹비난하면서 언론과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앞서 미국 주요 매체들은 20일 트럼프 취임식에 모인 인원이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는데, 트럼프를 이를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주류 언론들은 취임식에 25만 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트럼프는 "내가 볼 땐 150만 명이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취임식의 목적은 나라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지만 언론의 불성실한 보도가 국가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실질적인 정부 출범 첫날을 취임식 참가자 수를 두고 언론에 싸움을 거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맞대응하는 등 앞으로 트럼프 정부와 언론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