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이냐, 실이냐" 반기문 입당 여부에 바른정당 고심

2017-01-19 18:00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 방문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입당 여부와 관련해 바른정당의 스탠스에 관심이 쏠린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컨벤션' 효과가 예상보다 낮은 데다 당내 대권주자들도 몸값 높이기에 나서면서 영입 의사가 한층 약해진 분위기다. 일단 '환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이 지향하는 정강정책, 철학과 가치가 같은 모든 분들을 환영하고 그런 점에서 반 전 총장이 입당한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식적인 (입당) 협의는 없었고, 입당하는 사람들의 '조건부' 입당은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 언론에서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과 최근 접촉해 공석인 사무총장직과 캠프 인사들을 위한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조건'으로 걸며 입당을 타진했다고 보도한 데 따른 해명이다.

장제원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자기 희생을 통해서 공정하게 경선을 하자고 하고, 반 전 총장 측과는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누가 누구에게 지분을 준다는 얘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기존 정당의 입당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당이 돌아서고, 새누리당과도 손잡을 가능성은 낮은만큼 사실상 '바른정당'이 유력한 대상으로 떠오른 상태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기존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인사들이 있다. 이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 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2위를 다투는 반 전 총장은 강점이 있다. 그런 그가 당에 들어오면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과 합류는 물론, 보수세력의 재결집으로 선거의 흥행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반 전 총장이 진짜 보수의 결집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바른정당에 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팀장 고문단회의에서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이 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친서민' 행보가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예상보다 낮은 '컨벤션 효과'로 실망한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반 전 총장은 창당할 시간이 없으니 우리가 모시겠다'고 했던 정 위원장이 '온다면 환영'이라며 한 발 물러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내 대권주자들도 경계에 나섰다. 당장 유 의원은 이날 부산시당 창당대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을 향해 "국내의 산적한 문제를 개혁하기에는 역부족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외교 이외에 정치경험 부족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남 지사 역시 전날 기자들에게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오든 오지 않든 필연적으로 대결은 해야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굳이 오십시오, 오십시오 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6일부터 18일까지 '매일경제 레이더P'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 반 전 총장은 전 주 대비 0.4%포인트 내린 21.8%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에게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