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넘긴 이재용, 경영부터 챙겼다
2017-01-19 15:29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를 면해 한숨 돌린 삼성은 그간 밀렸던 각종 경영현안을 챙기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19일 오전 6시 14분께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문을 나와 체어맨 차량을 타고 이동한 곳도 자택이 아닌 삼성 서초사옥이었다. 지난 밤을 사내에서 보낸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주요 현안을 챙긴 뒤 귀가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결정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이제야 한 고비 넘긴 상황이지만 작년 11월 이후 줄줄이 밀린 현안이 많다"며 "굵직한 것들은 당장 챙기지 못해도 한동안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삼성은 연초에 확정해야 할 경영계획을 세우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또 3월에 시작하는 상반기 대졸 공채 역시 챙겨야 할 사안이다.
삼성은 각종 행사 등의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최할 예정이었던 신형 벽걸이형 무풍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의 발표회는 취소했지만 다음주께 간략하게 브리핑으로 대체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직접 나서서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조사 및 외부기관 등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결함에 의해 발화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품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날 삼성전자는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이 이번에 공급하는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아우디에서 2년 후 출시하는 모델에 탑재되는데, 이번 계약 이후에도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출국금지 탓에 굵직한 현안은 잠시 '보류'
다만 완벽하게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이 구속은 면했지만 뇌물·횡령·위증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 여전한 만큼, 1분기까지는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방어적인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인수·합병(M&A)과 같은 중장기 계획보다는 '현상 유지' 상태로 흐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 9조원대 빅딜인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의 일부 주주는 삼성전자의 인수에 반대,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황인데 이 부회장이 직접 설득 작업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
아직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았고,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부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행보도 제한된다. 이 부회장은 매해 챙겨온 '보아오 포럼'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보아오 포럼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위층과 교류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