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했던 과거 정책 다시 꺼내든 금융위

2017-01-19 15:12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금융위원회가 앞서 지지부진했던 정책을 올해 주요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다. 과거 실패했던 원인을 파악해 정책을 수정·보완하고 제대로 진행해보지 못한 정책에 대해서는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올해 단종보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단종보험은 특정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는 판매자에게 보험상품 판매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소에서 화재보험, 여행사에서 여행보험, 동물병원에서 애견보험을 파는 방식이다.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분야의 보험에 쉽게 가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단종보험 활성화를 위해 판매 채널 확대와 서류 간소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15년 7월 도입한 단종보험대리점의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당시 보험상품 다양화와 보험업계의 수익원 확대를 위해 이를 도입했다. 본업과 연계된 상품을 판매하는 점을 고려해 설계사 시험을 면제하고, 상품 판매자(대리점)의 교육이수 시간도 8시간으로 줄였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한화·KB손보는 당국에 단종보험을 신고했지만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유통채널이 있는 롯데손보는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제품보증연장보험(EW) 상품을 판매했다. 

손보사들이 단종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는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단종보험은 특성상 보장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저렴하다. 상품 구조가 간단해 판매 직원이 설계사 수준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무리가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지만 업계에서는 불완전판매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단종보험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 이유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며 "구색 맞추기식으로 상품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확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15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담보물매매 중개 프로그램 활성화도 올해 주요 업무 계획에 포함됐다. 재산 보호가 중요한 차주를 위해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15일 열린 브리핑에서 "담보물매매 중개 프로그램 작동이 안되고 있다"면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만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는 지난 2007년 9월 시행됐다.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갈 처지에 있는 채무자가 경매로 넘어가기 전 사적 매매를 통해 해당 물건을 처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취지 자체는 좋은데 이용 절차가 복잡하고 매매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불만이 많아 이용률이 10% 수준에 머물렀다"며 "상세방안에 이 같은 사항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계열사 간 영업목적으로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게 재추진된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지주사 내 계열사 업무 협력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명목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계열사간 고객정보의 공동 이용은 금융지주 체제만이 갖고 있는 강점이자 경쟁력"이라며 "영업목적으로도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관리 강화를 위해 엄격한 사전·사후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NH농협·KB국민·롯데카드에서 발생한 1억건 이상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 이후 마케팅 목적의 개인정보 공유는 금지됐다. 이후 2년 여만에 다시 추진되는 셈이다. 

김 사무처장은 "당시 정보유출은 개인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하다가 발생한 게 아니라 파견직원이 용역업무를 수행하다가 복사해서 유출한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천적으로 정보공유를 금지하는 방식은 금융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자가 잠재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영업목적의 정보 공유가 허용되면 금융회사는 이용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계열사에서 수집한 정보를 타 계열사에서 자유롭게 마케팅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광고·마케팅 등에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게 정보공유 거부권(opt-out)을 행사하면 된다.
 
금융위는 정보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사전·사후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주요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뿐 아니라 징벌적 과징금(매출액의 최대 3%) 부과, 일정기간 정보공유 제한 등의 제재를 예고했다.

이 같은 정보공유 허용 방침이 현실화되려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 필수다. 금융위는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사무처장은 "(정보공유 허용에 대한)국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알고 있다"면서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