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삼성, 최순실 독일 페이퍼컴퍼니 설립 도운 정황 포착"
2017-01-19 01:26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작년 8월 독일 현지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과정에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를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에 못 이겨 마지못해 최씨 측에 자금 지원을 했다는 '강요·공갈 피해자' 주장을 깰 또 하나의 유력한 증거로 보고 이 부회장 영장심사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강조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씨가 작년 7∼8월 독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할 때 삼성 측이 법률자문, 회계처리, 조세 등 제반 사안을 지원했다는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코레스포츠로 법인명이 바뀐 다음 날 삼성전자는 이 업체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가 포함된 승마선수단 지원 명목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코레스포츠가 삼성의 지원금을 받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애초 최씨가 현지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는 설이 많았으나 결국 그 배후에 국내 1위 기업 삼성과의 유착이 있었던 셈이다.
특검이 최씨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로부터 확보한 최씨 소유의 '제2 태블릿PC'에서도 삼성이 최씨 측과 법인 설립 과정 전반을 협의한 이메일이 대량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태블릿PC는 최씨가 그해 7월 말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특검 수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특검은 삼성 측 관계자로부터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법인 설립 과정에 삼성과 최씨 측이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인 물증과 진술이 꽤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삼성이 단순히 강요·공갈 피해자가 아니라는 논리와 법리 구성을 완성했다.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지원하는 모양새치고는 지나치게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정황은 또 있다.
특검팀은 작년 9월 국내 한 언론에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독일 승마 연수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뒤 삼성 측이 우회 지원을 약속한 정황도 포착했다.
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이 극비리에 독일로 날아가 최씨를 만났고 애초 합의한 코레스포츠와의 컨설팅 계약 이행 대신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원한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함부르크 프로젝트'로 불린 이 계획안에는 삼성이 20억원을 들여 사준 명마 '비타나V'를 정씨가 싫어한다며 오히려 더 좋은 말을 사주기로 약속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도 이런 점을 소명하며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제공한 자금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대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코어스포츠 법인 설립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면서 "2015년 8월 26일 컨설팅 계약 체결 직전에서야 용역 수행 업체가 코어스포츠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이어 "최순실씨 측은 삼성에 독일 헤센주 승마협회의 추천을 받은 독일 현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용역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회사 현황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