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단일 유럽 흔드는 트럼프에 반박
2017-01-17 15:13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유럽연합(EU)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결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구식’이라고 말하고 영국을 따라 더 많은 나라들이 EU를 떠날 것이라며 단일 유럽을 흔드는 발언을 한 데 따른 반응이다.
앞서 트럼프는 영국 타임즈와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단일 유럽을 공격하는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 수용책을 “재앙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범대서양 동맹의 붕괴와 러시아 중심적인 행보를 신호하면서 유럽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와 NATO 정치인들이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 해체를 응원하는 미국 대통령을 상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며, 범대서양 동맹의 미래와 관련해 유럽 지도자들이 더 이상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유럽의 운명은 스스로에게 달렸다”며 "경제 발전과 테러 방지를 위해 EU 유대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유럽은 범대서양 유대를 추구할 준비가 돼있지만 우리의 이해와 가치에 기반할 것”이라며 “EU는 내부 문제와 관련해 외부의 조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트럼프에 응수했다.
AFP통신은 트럼프의 이번 인터뷰는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개입을 밀어부친 러시아에 대한 NATO 회원국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는 "오랫동안 NATO는 문제가 많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워낙 오래 전에 만들어진 단체라 구식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선 기간 중에도 트럼프는 NATO 회원국을 지켜주는 미국의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따르지 않을 경우 나토 탈퇴를 불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16일 나토 비판은 정치 및 군사적 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및 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취임을 코앞에 둔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경악하고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비판은 미국에서도 나왔다. 16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맹비난한 것을 두고 CNN에 “대통령 당선인이 외국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개입하려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 인사들은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옹호하며 미국에 일부 책임을 돌렸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중동에서 유럽으로 들어와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미국이 주도한 전쟁이 중동에 불안정을 가져온 이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민문제는 이라크전쟁과 같이 미국의 잘못된 개입 정책과 연관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각국은 서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평화를 도모하고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