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인간수명 150세 시대…스마트 헬스케어 지금이 골든타임

2017-01-18 10:29

 

[김진오 IT중기부장]

"만약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손과 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자신의 뜻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의미를 전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쓴 인간 승리의 드라마가 있다.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95년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왼쪽 눈꺼풀을 제외한 전신이 마비된다.

하지만 보비는 좌절하지 않고 왼쪽 눈을 깜빡이는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15개월간 20만번 눈을 깜빡임으로써 1997년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언어 치료사가 알파벳이 쓰인 글자판을 보여주고 알파벳을 순차적으로 가리키면, 손끝이 원하는 알파벳 위를 지날때 눈을 깜빡이는 방식이다. 그의 눈물겨운 실화는 '잠수종과 나비'(2007)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해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주었다.

현재는 당시보다 상황이 더 나아져 마비 환자들이 자신의 뜻을 알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고안됐다. 눈동자가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면 클릭이 되는 안구 마우스가 개발되기도 했다.

특정 알파벳을 쓰고자 할 때 발생하는 뇌파 신호를 이용해 글자를 입력하는 '뇌파 키보드'도 개발 중이다. 자판 위 알파벳이 각기 다른 주기로 빛을 내며 점멸하고, 사용자가 특정 알파벳을 쳐다보고 있을 때 불빛의 주기에 반응한 뇌파 신호를 감지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현재 기술로는 분당 10타 속도로 입력할 수 있다. 뇌파를 이용한 방법은 아직 안구 마우스 보다 타수가 느리지만 증세가 더 심한 환자도 사용할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국내 연구팀은 알파벳이 아닌 우리말을 입력할 수 있는 뇌파 키보드를 연구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란 모바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등 IT기술을 활용해 건강을 관리 하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애플은 최근 심박 수, 혈압, 혈당 등의 수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기기에 꽂여있다. 교통사고나 심장발작 등의 응급 상황에서 웨어러블 기기가 사용자의 몸 상태를 자체적으로 파악해 가족이나 병원에
신호를 보낸다.

구글은 노화의 원인을 규명하고 인간의 평균 수명을 150세까지 늘리는 기술개발에 2013년부터 열공모드에 빠졌다. 구글의 헬스케어 자회사 캘리코와 다국적 제약회사 애브비는 지난해 15억 달러(약 1조 8000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노화 방지 연구기관을 설립했다.

IBM은 인공지능(AI) ‘왓슨’을 통해 AI의사 영역에 도전해 미국 MD 앤더슨 병원 등에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확도가 96%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연평균 10.2% 이상 성장해 2018년 13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장미빛 전망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은 일부 대기업들과 통신사업자, 중소 벤처까지 헬스케어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키우려고 하지만 속도와 스케일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앞서 연구개발과 사업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서 해외 리딩 기업과 국내 기업의 기술격차가 최소 1.5년에서 최대 3.9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격차가 3.9년으로 가장 벌어졌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한 발 뒤쳐져 있음을 시사한다.

더 큰 걸림돌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규제다. 삼성전자, 분당서울대병원은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일찍 개발했지만 규제에 막혀 국내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들은 현재 해외에 헬스케어 IT 서비스 및 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어려움이 더 크다. 한국은 현행법상에서 의료정보의 클라우드 저장이 불가능하다. 의료정보는 의료기관 내 서버에 저장되어야 하고 외부 시스템에 연동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의사들이 활용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의료정보를 활용한 서비스 및 생태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법 개정에 나서면서 클라우드를 의료-헬스케어 산업에 접목해 클라우드를 이용한 의료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도 초기단계지만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ICT를 보유한 지금이 규제를 완화해 진입문턱을 낮출 골든 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것만 할 수 있다'고 정해두는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보다는 사후관리를 통해 할 수 없는 것들을 지정하는 네거티브 방식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