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고]사대(事大)라 왜곡돼선 안 될 UN참전국과의 보훈외교
2017-01-16 13:41
지난 1월 4일 실시한 2017년 업무보고에서 국가보훈처는 기존의 국정과제인 ‘명예로운 보훈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마무리’ 외에 ‘전 국민 호국정신 함양’과 ‘UN 참전국과의 보훈외교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UN참전국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한미연합방위태세를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혹자는 국가보훈처가 정치적 사안에만 몰두한다거나, 심지어는 사대주의(事大主義)적 발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아래에서는 보훈외교의 본질과 한미 관계의 특수한 역사 및 한미관계에서의 보훈의 위상을 통해 상술한 비판의 타당성을 저울질 해 보려 한다.
보훈외교는 국제사회에서 교섭을 통해 국가 간에 맺는 관계를 뜻하는 ‘외교’와 위국헌신에 대한 보답을 의미하는 ‘보훈’이 합쳐진 말로, 보훈이 가지는 특수성을 외치(外治)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21개 UN참전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형성된 끈끈한 유대의식을 호혜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대한민국 외교에 무한한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훈외교이다.
즉 기존에는 국내로 한정되던 보훈의 공간적 범주에 국외도 포함시킴으로써 보훈의 외연(外延)을 확장한 것으로 이해한다면 보훈외교의 본질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훈외교에 있어 UN참전국 모두가 중요한 대상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고양된 중요성을 내포하는 것이 대미 보훈외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는 광복 이래 본격적으로 형성된 한·미간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참전 연인원 178.9만 명 중 137,250명이 희생된 6·25전쟁에서 형성된 양국 간의 유대관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공식화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통해 호혜적 관계로 강화되었으며, 72년 째 이어지고 있는 주한미군의 존재는 양국의 관계를 반영구적인 것으로 굳건히 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형성된 한미연합방위체제는 한반도의 안보를 굳건히 하고,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세계평화의 수호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중요한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북한발 핵 위협을 맞은 최근 그 중요성이 더해져, 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은 대한민국의 사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한미관계에 위기가 찾아온 지금, 생사를 함께한 과거에의 기억과 ‘은혜의 주고 받음(보훈)’을 통해 형성된 보훈외교는 한미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한민국의 정책이다.
현재 미국에는 한국을 위해 싸웠던 기억을 명예로운 것으로 간직하고 있는 수십만의 생존 6·25참전용사와 300만 주한미군이 미국 정부의 극진한 예우를 받으며 친한(親韓) 세력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 2000년을 전후해 실시해 온 참전용사 재방한 사업, 참전용사 후손 장학 사업, 참전국 참전사 편찬, 참전국 청소년 평화 캠프 등의 보훈외교 시책은 이들에 대한 ‘은혜 갚음’과 아울러 ‘친한 세력 조성’을 목표로 한다.
2017년 업무계획에서 발표한 주한미군장병전우회(KODVA) 결성 지원 또한 유사한 맥락의 보훈외교 시책이며, 이를 통해 형성될 친한 인적 네트워크는 한미연합방위체제는 물론 한미동맹 자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국가보훈처에서 추진하는 UN참전국과의 보훈외교는 은혜갚음의 대상을 국내에서 국외로 확장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크게 공헌해오고 있는 미국이 가장 중요한 보훈외교의 대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대내외적 위협으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현 시점에서 70여 년 간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한미연합방위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질적 손익 관계를 초월하는 특별한 매개체가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세계평화를 위해 6·25와 월남전에서 생사를 함께한 기억은 국가보훈처의 국제보훈을 통해 한미 양국의 끈끈한 매개체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미 보훈외교를 과거의 사대(事大)로 비하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대한 무지요,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178만 9천명의 미국 참전용사와 300만 주한미군에 대한 모욕이자, 은혜갚음의 당위성을 외면하는 일이다.
한편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국가보훈처가 정치적 사안에만 몰두한다는 비판 또한 한미관계를 매개하는 보훈의 역할을 간과한 점, 보훈외교를 통해 강화하려는 한미연합방위체제 등 한미관계는 정치적 사안을 넘어선 국가 안전보장 차원의 문제로서 대한민국의 사활적 이익과 관련된다는 점 등에서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