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스캐너] 연임에 가려진 KT의 4차 산업혁명 대응
2017-01-15 14:50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이끌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나란히 ‘CES 2017’ 현장을 찾아 첨단기술 트렌드를 살피는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장을 찾은 박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혼자서는 1등을 할 수가 없으며, 상호 개방과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고, 권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진짜 일어나는 구나”라는 감탄과 함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황 회장의 행보는 눈에 띄지 않았고 조용했다.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황 회장의 CES 현장 행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경우, 자칫 연임을 위한 언론 플레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CES 개최 직전에 발표한 디지털 가전 전망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6% 증가한 13억9900만대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온 두 자릿수 성장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엔 3%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태블릿PC는 이미 전년을 밑돌았고, 웨어러블 기기도 판매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통신시장과 최근 두드러진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 하락세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脫통신을 서둘러야 할 가장 큰 이유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이동통신 수장들의 CES 행보와 발언은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CEO가 어떤 부스를 찾고,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투자자들에게 그 회사의 미래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판단 재료가 될 수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CES 방문을 마치고 귀국 후 곧바로 삼성, 엔비디아 등 글로벌 선도기업, 스타트업과 새로운 ICT 생태계를 조성하고,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총 1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이미 상당히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CES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ICT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CES를 찾아 자신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린 CEO와 연임 이슈에 발목이 잡혀 은둔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던 CEO... CES라는 IT 축제의 무대에서 대조를 보인 두 CEO가 향후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할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개방과 혁신이 생명인 IT기업에게 필요한 CEO는 적어도 비밀, 은둔과는 거리가 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