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총장, 동생·조카 기소에 "당황스럽고 민망하다"

2017-01-12 07:31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 3일부터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의 한 산장에 머물렀던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1시 뉴욕 JFK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날 귀국길에는 부인 유순택 여사와 유엔 사무총장 시절 경호요원 2명, 수행비서 등이 함께했다.

반 전 총장은 공항에서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등의 환송을 받았다.
 

귀국길에 오르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사진=연합]

그는 귀국 소감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10년간의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도 많다"고 밝혔다.

산장에서 휴식하는 동안에는 "가족과 함께 깊이 성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사람들을 만나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잘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뇌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보도된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의 뇌물 관련 기소건에 대해서는 "깜짝 놀랐다.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민망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 중이니까 결과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부자지간인 반기상씨와 반주현씨는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의 복합빌딩인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귀국을 하루 앞두고 마포에 마련된 캠프에서 이도운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을 한 것도 반 전 총장의 본격 행보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인천국제공항 귀국장에서 귀국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국장에서 귀국 메시지의 내용을 묻자 그는 "인천에 도착해서 말씀드리겠다"며 피해 갔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 날인 13일에는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고 캠프 관계자들과 회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부친 선영과 충주에 사는 모친을 방문하고 음성 꽃동네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세균 국회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 3부 요인을 찾아 귀국보고를 할 예정이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을 상대로 하는 귀국보고도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