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보수 경영' 기조 불구 재계 '빅4'는 투자 늘린다

2017-01-09 18:45

아주경제 윤태구·송종호 기자 =올해 기업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위기 극복'이다. 이는 대부분 기업들이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을 점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각종 경제지표들은 연초부터 어두운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9일 "각 기업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지난해에 이어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조직 개편 등 군살 빼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신규 사업은 물론 설비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빅4의 비장한 각오 "미래투자로 위기극복"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재계 '빅4'만큼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제적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국내 4대 그룹의 연구개발비(R&D)는 증가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전자 11조1413억원(전년대비 0.4% 증가), 현대차 1조5245억원(10.9%), SK하이닉스 1조3621억원(2.2%), LG전자 3조202억원(11.6%) 등의 금액을 R&D에 투자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화두로 '쇄신'을 꼽았다. 안팎으로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기존의 실용주의 경영을 기반으로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등에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개발과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 특히 자율주행 등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친환경차 등 미래 자동차에 약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올해 1차 입주를 하는 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기존 전자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전장과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다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근본적인 혁신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신사업과 인수합병에 최대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SK하이닉스는 2조2137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고용절벽' 현실화 조짐
올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용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불황과 구조조정 진행 등으로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특히나 제조업 체감 경기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제조업 분야 구조조정 및 은퇴 연령층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고용불안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인해 고용여건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으로 분석했다.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 여파가 산업연관 경로를 타고 서비스업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누적된 가계부채도 자영업 계층의 고용 여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