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에 올인하는 카드사 … 부실화 우려에 ‘제2카드 대란’ 예고
2017-01-08 17:24
아주경제 전운 기자 =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의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부실화까지 우려되고 있다. 금리 미국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 금리 상승이 이뤄지면 서민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은 지난해 말(21조443억원) 대비 1조6129억원(7.54%) 늘어난 23조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론의 경우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이 생계형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론 증가만으로도 가계 부실의 우려를 낳고 있는데, 연체율 역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지난 3분기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 중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 역시 지난해 말(1조2940억원)보다 1199억원(9.3%) 늘어난 1조413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들은 보통 연체 기간이 90일을 넘기면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손상된 채권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카드사의 대출이 올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서민대출 시장에서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카드론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신금융연구소는 현금서비스 규모는 4.5% 감소하지만, 카드론 규모는 8.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카드 대출 중 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사 뿐만이 아니다. 보험사, 상호금융 등 다른 비은행권 대출도 급증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고LTV’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11조3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24조1000억원)의 47.0%를 차지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한도로 LTV가 60%를 초과한 차주는 주택가격 하락 등의 상황 변화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농협,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조합의 주택담보대출에서 저소득(연 소득 3000만원 미만) 차주의 비중은 2013년 말 27.4%에서 지난해 9월 말 32.3%로 지속적으로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 20% 안팎의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등에 계속해 서민들의 신용대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가계의 ‘적신호’를 의미한다”며 “최근 시장금리 상승 압력과 함께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저소득 취약차주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긴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