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영파일①] ‘취임 2년’ 허은철 녹십자 사장
2017-01-09 03:01
미국 중심 해외 시장 공략 행보…백신 글로벌 진출 성공가도
R&D 투자·공장 증설 등 기반 마련…제품 미국 허가·임상엔 차질
R&D 투자·공장 증설 등 기반 마련…제품 미국 허가·임상엔 차질
아주경제 이정수 기자 = 2015년 취임해 약 2년간 녹십자를 이끌어온 허은철(44)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시장 공략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가 제시한 청사진에 어울릴만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허은철 사장은 2009년 타계한 허영섭 고(故) 녹십자 전 회장의 차남이다. 형은 허성수 전 녹십자홀딩스 부사장, 동생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이다. 허일섭(62)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숙부로,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허영섭 회장보다 허일섭 회장 일가가 더 많다.
1972년생인 허 사장은 서울대에서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생물화학공학 석사를 받았다. 1998년 경영기획실에 입사한 1년 뒤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 입학해 2004년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허 사장은 내수보다는 미국과 해외 시장 진출을 회사 성장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은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취임 후 “미국 현지 판매와 마케팅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실제 R&D 투자와 혈액제제 생산공장 증설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한 토대 확보에 주력하며 끊임없이 해외 문을 두드려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그간 추진해오던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에 대한 WHO의 사전적격심사(PQ) 승인 획득에 성공했다. 이는 국제기구 조달시장 입찰 응찰 자격이 부여된 것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앞당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허 사장이 이끄는 녹십자의 행보가 매번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그가 목표로 두고 있는 미국 시장 진출은 더디기만 하다.
미국 진출의 선두 품목인 면역글로불린제제의 2016년 내 현지 허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창A공장 제조공정 관련 보완자료를 요청하면서 올해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재승인 신청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올해 하반기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추진해오던 유전자재조합 A형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3상 임상시험 중단도 결정해야만 했다. 임상 준비기간과 투자 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임상시험이 승인된 중국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미국 시장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공략이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는 결단력에 대해 호평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곤혹을 치렀다. 청와대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 6개월간 2026만원 상당의 녹십자 전문의약품 10종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리처방을 한 의사가 계열 병원인 녹십자아이메드의 김상만 원장으로 밝혀지면서다. 김 원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병원을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