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AI, 인간의 욕심이 부른 대재앙

2017-01-08 15:30

김선국 기자[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는 인재(人災)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밀집사육'이 대재앙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도 AI의 원인을 밀집사육으로 지목했다.

밀집사육은 편의성과 용이성, 가격경쟁력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 그간 우리가 다른나라보다 많게는 세배 정도 싼 가격에 계란을 사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밀집사육을 통해 국내자급률을 100% 이상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집사육은 전염성이 강한 AI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축산법은 산란계 기준 닭 1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을 A4 용지(0.062㎡)보다 적은 공간인 0.05㎡로 규정하고 있다. 케이지에 닭을 가둬 1제곱미터당 20마리 가까이 살고 있는 셈이다. 조그마한 공간에 여러 닭들이 모여있는 탓에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로인해 AI 피해는 연일 역대 최악을 갱신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이 밤잠을 설치며 피땀흘려 키운 닭과 오리 등 3100여 만 마리가 차가운 땅에 묻혔다. 알을 낳는 산란계는 전체 사육두수에서 32%이상(2262만마리)이, 산란종계(산란계를 낳는 닭)는 무려 절반(41만마리)이 사라졌다. 

명절 음식 장만으로 계란 소비가 많아지는 설 명절(1월27~30일)을 앞두고 '계란대란'이 찾아온 이유다. 산란계 산업이 무너지면서 계란 값은 두배 가까이 뛰었고,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1인당 1판'으로 구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계란과 병아리를 수입하는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계란은 깨지기가 쉬워 특수포장을 해야하는 데다 냉장상태로 항공기를 통해 유통해야 하는 등 비용이 만만찮다. 산란계 병아리 수십만 마리를 수입하더라도 알을 낳는데 까지 5개월 정도가 걸린다. 올 상반기까지는 계란을 비싼 가격에 사먹을 수 밖에 없다. 

공장식 밀집사육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대재앙을 피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해마다 집단 살처분으로 수천억원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들이며 농가에 피해보상금만 지급하고 끝내기를 무한 반복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정부가 기존보다 세 배이상 넓은 닭장과 마릿수 제한 등 사육환경부터 개선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