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권 욕심에 업적 부풀려…외신 평가 ‘C학점’”

2017-01-04 16:09
“기후협약 때문에 B학점 정도 올라와” 혹평…“자신의 업적 부풀린 친미성향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대망론이냐, 한계론이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국민적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 11일 오후 1시) 한국행에 몸을 싣는다.

이는 당초 예정(15일)보다 사흘 앞당긴 일정이다. 반 전 총장이 임기 마지막 피날레로 추진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면담이 불발된 데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귀국을 재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반 전 총장의 강점인 외교력조차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은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떠나면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가급적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潘, 업적 과대포장…기후협약 없었으면 C학점”

4일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의 아킬레스건은 ‘국민적 검증 부재’다. 그는 지난 1980년 외무부(현 외교부) 국제연합과 과장을 시작으로, 36년간 외교에 몸담았다. 이 중 2007년∼2016년 10년간 세계 대통령인 ‘유엔 사무총장직’을 맡았다.

외교가의 검증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국내 정치인 반기문에 대한 국민적 검증은 전무하다. 반 전 총장 스스로는 자신의 강점을 협상력과 중재력을 꼽았다. 하지만 외신이 평가한 유엔 사무총장 성적은 ‘기대 이하’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지난달 28일자)는 반 전 총장을 향해 “한국 대권 욕심에 자신의 유엔 업적을 부풀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럽외교협회(ECFR)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의 말을 인용, “(반 전 총장은) 첫 번째 임기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며 “C학점 정도의 사무총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기후협약 덕분에 B학점 정도로 올라왔다”고 혹평했다. 파리기후협약은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합의다.

‘포린폴리시’는 반 전 총장의 기후협약 업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방해하기 위해 떠벌린 ‘장난질’이라고 일축했다”며 “파리협약에 대해서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전했다.
 

조기 대선 정국에 휩싸인 20대 국회. ‘대망론이냐, 한계론이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국민적 검증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 11일 오후 1시) 한국행에 몸을 싣는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潘, 가장 친미적인 인물…UN 감시 프로그램 붕괴”

반 전 총장의 친미적 성향을 꼬집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을 언급하며 “한국 외교관 중 가장 친미적인 인물 중 하나로 명성을 높였다”며 “부시 정권은 한편으로 전임 코피아난 총장과는 다르게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욱 그를 선호했다. 카리스마 면에서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우호적 시선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반 전 총장과의 면담을 거부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유엔은 모여서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클럽”이라고 비판했다.

국제분쟁에 대한 평가도 평균 이하다. 전문지는 “시리아는 끝도 없이 추락 중이고 북한은 핵 능력을 향상했으며, 남수단은 대량학살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례 없는 대규모의 난민들이 발생했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테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 전 총장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대해선 “매번 거짓말로 일관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 체제에서 유엔 내부 감시조직이 붕괴된 사실도 폭로됐다. ‘포린폴리시’는 “낭비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UN의 내부 감시조직은 반 전 총장의 리더십 아래에서 와해됐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반 전 총장을 ‘강하고 인간적인 리더’(포브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유엔의 투명인간’(2009년 월스트리트저널), ‘무력한 관찰자’(2013년 뉴욕타임스) 등의 비판 여론이 더 많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국제적 네트워크 등은 탄탄한 강점이지만, 국내 정치 특히 ‘대통령 반기문’에 대한 검증은 통째로 비어있는 셈”이라며 “대통령으로서의 정치력, 결단력 등은 여전히 의문부호로, 평가 자체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10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촛불 조형물 옆으로 한 빌딩 외벽에 '새해 인사'를 담은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