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21세기는 중국의 시대? '소프트파워'에 답이 있다
2017-01-05 06:00
중국의 미래 | 디자인 유어 라이프 | 너 이런 경제법칙 알아?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중국의 미래' 마르테 셰르 갈퉁 外 지음 | 오수원 옮김 | 부키 펴냄
미국 언론은 지난 2013년 중국 기업의 자국 돼지고기 가공업체 인수에 대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지난해 1월 하이얼이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했을 때도 '미국의 자존심'을 운운하며 이를 비판하기 바빴다.
군사정치전문가 조지 프리드먼은 '중국은 2020년 붕괴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심지어 중국계 미국 변호사인 고든 창은 15년째 중국의 붕괴를 전망(?)하고 있다. 또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며 과감하게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그러나 이들의 예측은 모두 빗나갔다.
노르웨이 국방부 아시아 전문가인 두 저자 마르테 셰르 갈퉁과 스티그 스텐슬리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한 이 두 가지 사례에서 '과장'과 '공포'라는 공통점을 찾아낸다. 이들은 "중국을 과대평가하거나 또는 과소평가하는 신념 체계가 전 세계 경제·정치·학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중국에 대한 예측은 늘 극단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편견과 오해는 중국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현실적 상황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중국에 대한 49가지 편견과 오해 그리고 진실을 소개하며 그 이면을 짚어 주는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해 나간다.
저자들은 중국의 해외투자를 '탐욕스러운 기업 사냥'으로 보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중국의 해외투자를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두려움에 지나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경제가 수출의존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인식에도 반기를 든다. 그 근거는 1997년과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 등을 돌파하고 이 시기 오히려 중국 경제가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중국 경제의 동력이 수출보다는 실물투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세계 경제침체가 중국 경제를 붕괴시키리라는 예측은 신뢰성을 잃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중국의 앞날을 어떻게 내다볼까. 공산당 붕괴, 미국과의 전쟁, 위안화의 달러화 위협 등 여러 주제들을 망라하지만 핵심은 '소프트파워'에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중국은 결국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겠지만 다른 나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만드는 힘이 부족해 호감을 줄 정도의 매력적인 나라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이 그리는 중국의 미래가 얼마큼의 공감을 얻을지 미지수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이를 해석했다는 점만으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352쪽 | 1만6000원
◆ '디자인 유어 라이프' 빌 버넷 外 지음 | 김정혜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내가 어쩌다 이 길을 선택했을까?' '대체 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되돌리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등등…. 살면서 이런 고민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스탠포드 디자인스쿨에서 가장 '핫한' 강의를 이끌어 온 두 교수 빌 버넷과 데이브 에번스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비밀인 '디자인 사고법'을 통해 만족스러운 삶과 성공적인 경력관리를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재구성하고 말도 안 되는 시도와 실패의 과정을 반복하는 디자인 사고를 삶의 다양한 선택과 문제해결에 적용하면, '하나뿐인 내 인생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디자인 접근법의 중심에는 '원형 만들기'가 있다. 이 방법은 미지의 세상에 무턱대고 뛰어들지 않고, 미래의 시나리오를 신속하게 시험해보고 실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경력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 관심 있는 일을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그를 하루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거나 혹은 주말 아르바이트를 통해 직접 그 일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되면 한 단계 더 나아가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원형을 만들면 그만이다.
'오디세이 계획'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나이, 교육수준, 경력과 관계없이 인생 디자인 과정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 순간은 바로 '인생 계획을 제대로 세우기만 하면 그 계획에 따라 삶이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할 때"라고 지적한다. 오디세이 계획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향후 5년의 세 가지 인생 시나리오를 상상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여러 삶을 디자인하는 방법이다. 미래 가능성들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 데서 출발해 인생 디자인에 걸림돌이 되는 잘못된 믿음들을 하나하나 깨부수고, 자신이 원하는 경력과 삶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여느 자기계발서들과는 결이 다른 책이다.
348쪽 | 1만5000원
◆ '너 이런 경제법칙 알아?' 이한영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자신의 가게 유리창을 깬 아들을 아버지가 나무라자 주변 사람들은 뜻밖의 위로를 건넨다. "당신에게는 손해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이득이오. 누구든 다 먹고살아야 하는데, 유리가 깨지지 않았다면 유리 장수는 어떻게 살겠소?"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가 1850년 자신의 에세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기회비용'을 설명하며 든 우화의 한 대목이다.
이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경제와 연결돼 있다. 더군다나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경제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경제의 흐름을 해석해 돈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뭇사람에게 경제 그리고 경제학은 쉽사리 다가서기 힘든 영역인 게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도 서문을 통해 "논리 정연한 사람은 늘 부럽고 존경스러운 대상이지만 왠지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경제학도 그러한 성격의 학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어려운 설명과 용어들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이했다. 용어의 기원이나 방대한 역사적 사건을 한눈에 보기 쉽도록 정리하고, 장황한 설명 대신 짧은 페이지로 구성해 큰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경제법칙을 증명하기 위한 논리적인 과정을 쉽게 설명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이 이른바 '경포자'(경제학 포기자들)에게도 요긴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키워드만을 모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경제학 키워드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리했고, 이 리스트를 바탕으로 용어를 선정했다.
경제법칙은 우리의 경제 활동 방식을 해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 책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400쪽 |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