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활자의 역사를 밝히다…국립한글박물관, '근대 연활자 100선' 발간

2017-01-03 06:00
'서양 활자의 역사(1)'도 함께 펴내…국내 한글 글꼴 연구 밑거름 역할 기대

국립한글박물관 '해외글꼴명저번역총서' 시리즈의 첫 책 '서양 활자의 역사' [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국내 한글 글꼴 연구에 밑거름이 될 만한 서적 2종이 발간됐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철민)은 최근 국내외 활자의 역사를 다룬 '근대 연활자 한글자료 100선'과 '서양 활자의 역사(1)'를 펴냈다. 이들은 각각 '한글서체사뱅크' 구축사업과 '해외글꼴명저번역총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연활자는 나무 사각 틀에 거꾸로 그린 글씨를 새기고, 밀랍에 본을 떠 만든 금속 모형에 뜨거운 연물(납·안티몬·주석 합금)을 부어 만든 글꼴이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근대 격변기에도 연활자를 제조해 정보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러나 연활자는 인쇄매체의 급격한 변화로 현대인의 기억 속에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어 근대시기 활자 역사의 정립과 자료 수집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 시기적 단절 없는 한글서체사계보를 구축하는 한글서체사뱅크사업 등을 추진·시행했다.
 
연활자 100선에는 한글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 신식활자인쇄소 발간자료를 비롯해 류현국의 '한글 활자의 탄생(1820~1945)'(홍시, 2015)에 소개됐던 성서류(聖書類), 한글반절표, 최초의 한글 견본책, 서지학자 오영식 소장본 시집, 문학잡지 등 100편이 담겨 있다. 특히 자료에 사용된 활자를 실물 크기로 보여주기 위해 간행물의 원래 크기 도판을 제공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외글꼴명저번역총서 발간사업은 해외에 축적된 글꼴 연구의 성과를 소개해 국내 글꼴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서양 활자의 역사(원서명: 프린팅 타입스) 저자인 다니엘 업다이크(1860~1941)는 미국의 인쇄업자 겸 타이포그래피 역사학자로서, 출판사 '메리마운트 프레스'를 설립·운영하며 메리마운트 폰트(1896), 몽탈레그로 폰트(1904) 등을 개발하는 한편 미국 최초로 타임지에 패밀리 폰트를 개발·사용하게 한 인물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유럽·미국의 활자 역사를 다룬 이 책은 하버드 대학 강의를 위해 저술됐으며 1922년 초판 발행, 1937년 보완재판 등을 거쳐 1966년, 1980년, 2009∼2011년, 2013∼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됐다. 

한글박물관 측은 이 책에 대해 "전문지식과 풍부한 삽화를 수록해 서체사뿐 아니라 인쇄·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책"이라며 "풍부한 도판은 비전문가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서적의 번역자로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회장과 미국 시라큐스대 교수를 역임한 김지현 한성대 교수를 비롯해 박수진 이화여대 교수, 유정숙 독일 베르기치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