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은 지인일 뿐…'모든 것 다했다' 엮을 수 있나"(종합)
2017-01-01 17:04
박 대통령,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깜짝 신년인사회…직무정지 23일만에 '최순실 게이트' 첫 입장 표명
"세월호 당일 정상적으로 체크…허위 완전히 걷혀야"
"세월호 당일 정상적으로 체크…허위 완전히 걷혀야"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일 출입기자단과 깜짝 신년 인사회를 가졌다.
직무정지 23일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단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티타임을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40여분간 기자들과 다과를 함께하면서 새해 인사와 덕담을 건네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질문을 주고 받았다. 사실상의 기자 간담회를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에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받아달라고 요청하자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가지 경위를 소상히 말씀 드리겠다"며 별도의 기자회견을 예고했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출입기자들을 만난 것에는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박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최순실 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직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최 씨)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엮을 수 있나"라면서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며 "복지·외교·안보·경제 등은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저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 부분 등은 계속해서 발전시켜와 지금의 틀을 갖춰왔다"며 "생각하고 뿌리내리게 하고, 마지막까지 '좋은 마무리를 해야지' 생각하다가 이런 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및 제일모직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서도 없었다.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삼성 측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의 대가로 미르·K스프츠 재단에 돈을 기부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 등을 했다는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합병은 당시 증권사 등을 비롯해 많은 국민의 관심사였다.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인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20여개 우리나라 증권사 중에서 한두 군데를 빼고 다 (합병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국민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챙기고 있었다"며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판단이다. 그러나 여기저기를 제가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청탁을 받고 최 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흡착제를 납품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금기"라며 "묻어버리고 챙기지 않는다면 (KD코퍼레이션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무시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KD코퍼레이션)도 기술력이 있다는데 거대한 기업에 끼여서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 것 아닌가 해서 그럼 알아봐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으냐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가 누구를 알아도 그 사람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제 입장에서) 절대 금기"라며 "아는 건 아는 것이고, 절대 이익을 챙겨주는 일은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의 면담 때 블랙리스트 지시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오히려 그렇게 많이 품어서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 아니냐고 들었고, 그때 그런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전하는 이야기는 다 그게 그대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부인했다.
구속기소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가 국회 청문회에서 장관과 수석 자리를 추천했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으로서 누구와 친하다고 누구를 봐줘야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사람 중 이 사람이 제일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한 것"이라면서 "추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도 추천이 가능하다. 그러나 추천을 받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검증을 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을 뽑는 것이지 누구를 봐준 것은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쉽게 피로가 오는 증상과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의혹에 "대통령부터 모든 사람은 자기의 사적 영역이 있다"며 "일일이 무슨 약을 먹었다고 알리고 까발려서 하는 것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그런 것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일은 한 번도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런 병이 있으니까 이렇게 치료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라면서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무슨 병을 앓고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리스트로 만드느냐"고 항변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때는 특히 시차적응과 피로 때문에 영양주사를 맞을 수도 있는데 그걸 큰 죄나 지은 것처럼 하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냐"며 "주사도 의료진이 알아서 처방한 것이지 무슨 약이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저는 그렇게 이상한 약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언론의 각종 의혹 보도에 대해 "방송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허위를 남발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란을 주면서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홍보수석실에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바로 잡기 코너를 신설했고, 지금 있는 것만도 수십 개다. 언론인 여러분도 힘든 시간을 안 보내고 새해에는 모든 게 정상으로 바로 잡혀 보람찬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와 본인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 의혹 등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서 일을 챙기고 있었다"면서 "저는 그날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정상적으로 계속 보고받으면서 체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일정이 없는 날은 관저에서 밀렸던 업무를 한다"며 "그날도 일하고 있었는데 보고가 와서 '특공대도 보내고 다 보내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경 상황을 챙기면서 각 수석실 보고도 받고 있다가 전원 구조됐다고 해서 너무 기뻐 안심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오보였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빨리 가려고 하니까 경호실에서 경호에는 필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마음대로 제가 못 움직였다. 거기에다가 중대본도 무슨 상황이 생겨서 바로 떠나지 못했고, 다 준비됐다고 한 뒤 달려갔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라고 한탄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해 대리인단을 통해 다 정리하고 추가해서 지금 만들고 있다. 제출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재판하게 될 텐데 이번만큼은 그런 허위가 완전히 걷혔으면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밀회설'을 비롯한 각종 소문이 돌아다니는 데 대해 "말도 안 되고 입에도 담기 민망한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이 어떻게 밀회를 하겠나"라며 "시간이 지나니 '굿을 했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됐다.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성형수술 의혹도 떠올랐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법원에서 7시간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판결이 나서 정리가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똑같은 이야기가 버전이 달라져서 시작된 것"이라며 "미용시술 건은 전혀 아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참사 당일 외부인 출입에 관해서는 "그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머리를 만져주기 위해서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을 들고 온 것 외에는 아무도 없다"면서 미용사 방문과 간호장교가 가글액을 가져다준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큰일이 터지고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생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누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나.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은 귓등으로 흘려버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보고 외에도 "그때 기초연금 설명 때문에 보건복지수석실 연락이 왔고, 교육문화수석실 보고도 온 것 같다. 계속 연락받고 자료가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당일 본관 집무실로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실 현장이 중요하다. 앉아서 회의를 해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받아도 현장에서 잘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측 탄핵심판 사건 법률 대리인단은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