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촛불집회 이모저모] 제야의 종 타종식과 맞물려 누적인원 1000만명 돌파
2017-01-01 13:34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201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10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특히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아 제야의 종 타종식과 맞물리면서 누적 참가 인원이 전국적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150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송박영신(送朴迎新·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음)' 촛불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최종적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100만명, 지역에서는 10만4000명이 운집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 등에 6만5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을 포함해 8만3000여명으로 집계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지난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가 3만명으로 10차 집회까지 진행되면서 누적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면서 "단일 의제로 1000만 집결한 집회는 역사상 첫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주최측이 자체 타종행사를 하면서 종 한 번에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재벌, 새누리당 등을 차례로 비판했으며, 헌법재판소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 또한 주최 측이 그간의 연인원이 1000명에 달함을 발표하자,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 수백명 일제히폭죽을 터트리며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요란하고 번쩍이는 화려한 폭죽이 2016년 마지막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 2016년 '촛불 집회'는 새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속 시위다. 1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지난 열 차례 촛불집회 동안 전국에 모인 연인원은 총 1003만1870명이다. 서울에만 808만명, 지방에선 195만1870명의 집회 참가자가 광장을 다녀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정확한 규모가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연인원이 300만∼500만명으로 추산된다.
○… 다채로운 사전행사는 올 한해를 정리하고 신년을 맞는 시민들의 설렘으로 가득차 '축제'를 방불케 했다. 광화문 광장 한편에서 진행된 '헌법재판소에 국민엽서 보내기' 행사에서는 엽서에 소망을 담아 노란색 우체통에 넣으려는 시민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광장 한복판에 깔린 긴 흰색 종이에는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물감으로 '박근혜 내려와라', '진실규명' 등의 문구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 자유발언대에는 주부, 청각장애인, 10대 청소년, 20대 여성,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었던 전종호 군 등이 무대에 올랐다. 자유발언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물러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하야 뉴이어" 등을 함께 연호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자유발언대에 올랐던 농아인 김세식 씨는 수화 통역자의 도움을 받아 "촛불집회에 수화통역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네 번째 참여했다. 그는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어 답답한 심정을 말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 집회는 문화제 형태로 진행됐다. '송박영신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친박단체는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자격 없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나를 섭외하라"고 발언해 화제가 된 록밴드 시나위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가수 전인권씨도 합류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를 비롯한 유관부서는 이날 행사장에 1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모일 것으로 예상해 소방펌프차·구급차 등 25대와 소방관 245명을 현장에 배치, 보신각 및 행사장 주변 소방안전점검, 행사장 주변 순찰, 소방안전지휘본부와 현장지휘소 등을 운영했다. 또한 종로 등 주변 역사 내 안전요원을 193명으로 대폭 늘려 승객 안전관리와 승차 안내를 했다.
○… 1월 셋째 주까지는 촛불집회 일정 '예약'이 사실상 완료됐다. 퇴진행동은 7일과 14일, 21일 경찰에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 인근 행진계획을 미리 신고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이 정권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서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즉각 퇴진하는 날까지 광장 촛불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설날인 28일 촛불집회 실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수개월째 계속되는 시위 피로감과 추운 날씨, 명절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촛불집회를 한주 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