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계량화의 유혹...건설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2016-12-21 11:17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산업사회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마도 ‘계량화’일 것이다. 기계와 인간을 숫자로 대상화해 관리하면서 우리사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공장에 컨베이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비로소 시간당 생산량을 예측·관리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회사 장부에 사원들은 사번에 따라 체계화되고, 등급별로 분류됐다. 그에 따른 연봉은 사회에서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유용한 지표가 되고 그에 따라 결혼 상대와 거주 지역이 달라진다. 거주 지역이 달라지면 자녀의 학군을 나타내는 숫자가 달라지고 개천에서 난 소수의 용들을 제외하면 계급은 십중팔구 대물림된다. 이마에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혀 있는 셈이고 사람들은 평생 낙인을 관리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8학군에 살고 1류대를 나와 1등급 연봉을 받기 위해 말이다. 산업화는 이 과정에서 가속이 붙었다.
최근 건설업계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매각을 앞둔 한 건설사는 연말 조직개편에서 전무급만 9명이 나갔다. 건설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다른 건설사는 지난 3분기에만 300여명이 옷을 벗었다. 어떤 건설사는 해외사업이 축소되며 플랜트 부문에서, 다른 건설사는 마케팅 등 지원조직에서 집중적인 인원감축이 이뤄졌다.
불행히도 인력 구조조정은 숫자화 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어서 경영자는 너무 쉽게 그 카드에 손을 댄다. “1만명의 직원 중 20%인 2000명의 직원을 줄였다. 그로 인해 연간 1500억원의 인건비 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는 식이다. 오너와 주주들에게 가장 임팩트한 보고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계량화의 유혹에서 기계에게 인간이 밀리는 것은 인간이 계량화할 수 없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시간에 도넛 1000개를 만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10개에서 5개로 줄이면 도넛 생산량은 반으로 줄지만, 공장 직원을 절반으로 줄인다고 생산량이 50% 줄지는 않는다. 목표량에 맞춰 인간들은 손발을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동료가 잘리면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란 게 구조조정에 깔린 경영진의 계산이다.
인력 구조조정 기획안에 사인을 해야 하는 경영자는 한번쯤 더 생각해봐야 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량화된 수익과 계량화하지 못한 비용을 말이다. 그리고 구조조정까지 이르게 한 경영의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도 말이다.